장미를 사랑하던 그대를
장미보다 더 사랑한 적 있다
가시에 콕 찔려 죽었다 살아나 붉은 장미에
묶였던 적 있다
손가락 걸자던 그대를 사랑해서
여리고 풋풋한 내음에 심장 내주다
눈동자 속에 호수로 산적 있다
꽃비 뿌려주는 그대를 사랑해서
귓불 달구던 노래에 새장 속 앵무새로
스스로 갇힌 적 있다
절뚝거리는 그대를 사랑해서
달밤에 나눈 밀애가 못 박힌 상처가 되어
밤을 지새워 기다린 적 있다
고뇌 덥수룩한 그대를 사랑해서
별이 전송하는 언어로 바람소리 흘리던
슬픔에 사로잡힌 적 있다
가난에 의연한 그대를 사랑해서
햇살에 잘게 패인 시간의 골이 영웅담 같아
잠들 때까지 키스한 적 있다
하나둘 별빛이 불빛으로 바뀐다
나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
물에 젖은 5월을 장미로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