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에는 그대를 사랑해서

by 강신명


장미를 사랑하던 그대를

장미보다 더 사랑한 적 있다


가시에 콕 찔려 죽었다 살아나 붉은 장미에

묶였던 적 있다


손가락 걸자던 그대를 사랑해서

여리고 풋풋한 내음에 심장 내주다

눈동자 속에 호수로 산적 있다


꽃비 뿌려주는 그대를 사랑해서

귓불 달구던 노래에 새장 속 앵무새로

스스로 갇힌 적 있다


절뚝거리는 그대를 사랑해서

달밤에 나눈 밀애가 못 박힌 상처가 되어

밤을 지새워 기다린 적 있다


고뇌 덥수룩한 그대를 사랑해서

별이 전송하는 언어로 바람소리 흘리던

슬픔에 사로잡힌 적 있다


가난에 의연한 그대를 사랑해서

햇살에 잘게 패인 시간의 골이 영웅담 같아

잠들 때까지 입맞춘 적 있다


하나둘 별빛이 불빛으로 바뀐다


나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

물에 젖은 5월을 장미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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