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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재회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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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명 Oct 23. 2024

꽃비 오는 꽃잎의 기일


세상에 꽃은 많고 많아

짝수인지 홀수인지 셀 수조차 없어서


나를 아는 사람도 내가 모르는 사람도

꽃잎 같아서

숨결로 오래 젖다 녹아든 향기는     

 

 꽃으로 잊혀진다     


마지막이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그것은 엄밀히 말해 필연적 분해의 과정      


깊은 잠에 빠진 뒤

엇갈린 찰나는 여백이 얹어 준 시간이라서


꽃 피는 날은 꽃그늘로 잊고

꽃 지는 날은 누군가의     

 

 꽃비로 잊혀진다     


하얗게 보냈던 하루는

아직 세상의 바깥을 다다르지 않아

안으로 숨어드는데


잠시 머문 영혼은 바람소리를 놓지 못해

소리죽여 울음 뱉는 비문을 지나

꽃비 속에 꽃으로 누워     

  

 꽃 속에서 잊혀진다     


생의 화로가 그를 버리지만 않았어도

어디쯤에서 만나게 될,


불멸의 시 한 숭어리는      

  

 이곳도 피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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