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꽃은 많고 많아
짝수인지 홀수인지 셀 수조차 없어서
나를 아는 사람도 내가 모르는 사람도
꽃잎 같아서
숨결로 오래 젖다 녹아든 향기는
꽃으로 잊혀진다
마지막이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그것은 엄밀히 말해 필연적 분해의 과정
깊은 잠에 빠진 뒤
엇갈린 찰나는 여백이 얹어 준 시간이라서
꽃 피는 날은 꽃그늘로 잊고
꽃 지는 날은 누군가의
꽃비로 잊혀진다
하얗게 보냈던 하루는
아직 세상의 바깥을 다다르지 않아
안으로 숨어드는데
잠시 머문 영혼은 바람소리를 놓지 못해
소리죽여 울음 뱉는 비문을 지나
꽃비 속에 꽃으로 누워
꽃 속에서 잊혀진다
생의 화로가 그를 버리지만 않았어도
어디쯤에서 만나게 될,
불멸의 시 한 숭어리는
이곳도 피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