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수많은 돌 틈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들
내 슬픔도 여기 어디쯤 머무르고 있을까
바위를 등지고 기우는 바다
물수제비 떠 있는 포구에 앉아
소라 한 접시와 해풍으로 허기를 채운다
“이 응어리는 떼고 드세요 안 그럼
바닷소리를 다신 듣지 못해요“
아물지 못해 잘라낸 삶이 수북이 쌓인다
흉터를 돌아 낱장 넘기는 고통이
소라의 텅 빈 귀로 들어가면 바다가 된다
목숨의 모든 손을 빌려 고이고 휘돌며
끝없이 애무하는 파도, 그의 곁에 누웠다.
먼 바닷길 달려온 신발 두 짝
바위가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땅끝 걷다 떨어져 나간 귀퉁이엔
대신 촛대바위를 걸었다
소라처럼 단단해진 심장이 팔딱거렸다
주둥이 한껏 벌린 가마우지 새끼들 사이로
붉은 젤리 같은 저녁이 흘러내렸다
계절 잊은 채 쏟아지는 눈발을 막아내며
물결로 물결로 울어주던 하얀 밤,
그 밤을 건너온 새벽이 가리개를 벗는다
소금기 가신 눈시울로 첫, 여름을 철썩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