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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재회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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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명 Oct 23. 2024

눈물


은빛 너울이었어

하늘이 아려 눈을 감고 서 있었어


그 빛은,

흰 셔츠 입은 젊은 날의 모습 같기도 하고

물보라 일렁거리던 웃음 같기도 하고

스치던 머리칼 향기 같기도 하고

투명한 눈물방울 같기도 하였다네     


햇살은 얇아져 막다른 모퉁이를 도는데

왜 흐린 기억조차 별이 되는 걸까     


꽃은 지기 전에 절정에 이르고

석양이 제 흔적으로 순간의 불씨를 보듬듯

하늘의 배려에 겹겹이 물드는 잎새

덧문 틈새로도 환한 살결을 드러내는 빛      


생의 가장자리를 바라보다

문득 가시 돋친 바람에 휘청일 때

사라진 계절이 별보다 많은 빈 등걸에 앉아

별 헤는 들녘을 헤매고 있을 때

지금의 햇살을 떠올리겠네     


흐르지 못한 눈물은 눈물이 아니었어

슬픔은 눈물을 다 쏟은 뒤에야 그림자를 접었어     


구멍 난 가랑잎 하나

너를 위해 걸음 멈추고, 너를 안고 나 울음 울었네     


나 햇빛 속을 걸어가네

나를 위해 눈물을 조금씩 걷어 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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