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아르코창작기금 선정작
달의 수척해진 뺨이 어머니를 닮아 갈 무렵 당신은 홀연히 쓸려 갔습니다
날개 접은 날숨과 들숨으로 깍지 낀 주름의 마디마다 선홍색 노리개를 끌어안고 여명 깃든 끝자락에 매달렸을 그날, 물소리도 끊긴 고립은 또 하나의 산통을 견디기 위해 흘러내린 꿈이었을까요 얼음벽에 갇힌 당신의 외로움이 천 길 땅 밑에서는 차라리 보이지 않아 시간 너머 품었던 달빛 흩뿌려 놓은 것일까요
냉기로 얼룩진 세월도
붉은 발끝을 다 털어 내지는 못했습니다
모정이 남긴 열매 사이로 씨앗이 움트고 달의 미간이 펴지고 허물어진 늑골이 무릎에 부딪힐 때 매미가 지나온 길목으로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그것은 달이 밀어 올린 행간에 기댄 내 어머니의 자궁을 돌아 나오던 양수였으며 새끼 업은 돌고래가 수면 위로 숨을 불어 이어 온 푸른 바다였습니다 파도가 왜 제 살을 깎고 쉴 새 없이 두근대는지 알려 주는 삼만 년 전에 내린 비로 써 내린 갑골문자였습니다
동토를 녹인 불멸의 허기
가장 깊은 곳에 살고 있는 당신의 우주를 해독한 하얀 울음이
맨몸으로 엉키다 왈칵, 터져 나와 화르르 웃고 있습니다
*빙하시대 시베리아 툰드라 땅굴에서 3만여 년 동안 얼어 있던 열매로 싹을 틔워 다시 꽃 피운 고대 식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