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에 대한 실체적 고찰

2024 아르코창작기금 선정작

by 강신명


당신의 행운은 안녕하십니까


앞서가는 아주머니 손에 들린 봉지 밖

고개 내민 행운목이 묻는다


파릇한 표정에 오랜 빗장을 연다

나도 행운을 사고 싶은 시절이 있었다

행운은 늘 한 걸음 앞선 약속처럼

경적만 요란하던 때가 있었다

껴안고 매달릴수록 비루해지기도 했다


불현듯 투명한 물방울로 굴러오다

잠시 걸음의 각도를 바꾸는 사이

바람 빠진 풍선으로 주저앉은 날들


누렇게 번지는 환부가 접힐 때마다

나와 행운은 동시에 낡아 갔다


기척 없는 시간의 끝에서

뒷걸음치는 분기점을 힘겹게 돌아

가끔 통증을 기쁨으로 기억하는 행운에

어린 별자리 하나를 심는다


다 쓰지 못한 페이지 뒤적여

주름진 저녁이 머물던 담장 아래

동그랗게 빈자리를 마련해 놓는다


내 안에서 눈뜬 빛은 사라지지 않아

밤은 이미 색맹을 벗고 빛 가운데 있다


바깥으로 뻗은 뿌리는 뒷면이 깊으므로

초록을 다시 집어 든 손끝

꽃잎 펼친 아지랑이, 망울 터뜨리는지


남은 행운의 눈 속으로 나비가 날아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