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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끌림 24화

유정의 과거-8

헤어짐과 만남.

by 겨리

일상으로 돌아온 유정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지내 있는 듯하다. 생각지 못했던 그의 거짓과 배신으로 지없이 단호하게 떠나보낸 그날,

그와 함께했던 1년이라는 시간을 모두 어 버렸다.

흔들림 없을 것 같았던 그날의 감정들 시간이 러 옅어지기 시작한에야 그가 켜켜이 일상에 스며들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퇴근할 때면 회사 근처에서 늘 기다리고 있던 그를 만나러 가던 길,

출근하는 날이면 늘 통화하며 걷던 길,

집 근처 함께 자주 걷던 공원을 이젠 홀로 산책할 때,

자주 가던 카페를 이젠 혼자서 가야 할 때,

단골식당을 이젠 의도적으로 피하게 될 때,

그의 안부를 물어올까 친구들도 만나지 않을 때.

그는 없지만 그를 떠오르게 하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처음 표출되었던 분노와 화는 아득한 그리움으로

포장이 되어 가는 듯했다.

그와 헤어진 후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을 즘

그날도 늘 같은 퇴근길 하루였다.

집 앞 버스정류장에 내려 집까지 걸어가는 모퉁이 길. 벚꽃나무가 골목 양길가로 빼곡하다.

봄비가 온 다음날 이어서였을까,

벚꽃나무에 꽃이 떨어지고 여리한 초록색 잎이 올라오고 있는 걸 보며 유정은 잠시 생각한다,

지금까지 봄이라는 계절은 그녀에게 만남과 헤어짐, 기쁨과 슬픔, 동시에 시작과 끝이라는 아픔을 주었음을.

그때, 등 뒤로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 그 자리엔 예전보다 야위고 푸릇한 턱수염으로 까칠한 모습의 재훈이 서있다.

"유정아,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잘 지냈어.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야? 날 만나러 여기까지 온건 아니길 바래."

"가끔 묻는 전화도 문자도 한 번을 답이 없니. 연락을 할 방법이 없어서 회사 근처, 집 앞을 셀 수 없이 왔다 가 그냥 가곤 했어, 지난 헤어진 시간 동안."

"그럴 이유 없었잖아. 다른 여자가 생겼는데 오빠는 거짓말만 했고 날 기만하며 배신했기 때문에 우린 헤어진 거였어.

근데 이제 와서 왜? 무슨 할 말이 더 있어서?"

"나 너랑 헤어지고 후회 많이 했어. 그렇게 상황을 만든 건 다 내 잘못이었으니까. 내게 설명할 기회도 , 더 이상 말을 들어주지도, 믿지도 않는 너를 보면서 변명보다 이 상황을 정리하고 보여주자. 그럼 너도 다시 날 만나줄 거라 믿었어."

"어떻게 그 여자와의 관계만 정리하면 내가 당연하게 받아줄 거란 생각을 할 수 있어? 얼마나 멘탈이 강하면 오빠만을 중심에 두고 그런 생각과 결론을 내릴 수 있는지 난 이해할 수 없어."

"유정아, 우리 헤어지고 일 년이 지났어. 나 많이 반성했고 그 일도 다 정리했어. 잘했다는 건 아니야.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되겠니?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관계에서 나의 생각이 상대방의 생각과 다를 수 있구나라는 걸 알았고 앞으로는 오해 생기지 않도록 확실하게 선을 그을게."

"이미 그 얘긴 늦었어. 일 년 전 그 일로 난 오빠에 대한 신뢰, 믿음, 아무것도 남은 게 없어."

"오히려 이젠 기대가 없으니까 생각을 바꿔서 다시 시작하면 안 될까? 나 정말 너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일 년이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매일이 고통스러웠어. 너를 만날 수 없다는 거, 너를 볼 수 없다는 거, 네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거, 너를 만질 수 없다는 거, 함께할 네가 더 이상 없다는 거.

정말미안해.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나 이렇게는 널 보낼 수 없어."

"왜 오빠만 힘들었다, 지금도 힘들다고 해? 난, 그렇게 헤어지고 난, 편하고 좋았을 것 같아? 지난 일 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생각, 고민 없이 오빠를 깨끗이 잊어버리고 지냈을 것 같냐고!"

그때, 유정의 팔을 끌어당긴 재훈은 그녀의 얼굴을 그의 가슴에 묻고 두 팔로 부드럽게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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