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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끌림 22화

유정의 과거-7

거짓말의 연속.

by 겨리

그와의 약속장소로 걸어가는 내내 유정의 머릿속은 복잡한 생각들로 엉켜있다.


'그를 만나면 어떤 표정 하고

무슨 얘기부터 시작하지?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 거지?'

'그는 어떤 변명을 고 그 말에 진실은 있긴 한 걸까? 그의 변명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약속시간에 맞춰 이트 장소 가까이 간의 눈에는 벌써 도착해 앉아있는 재훈의 모습이 보이고 동시에 그와 눈이 마주친다. 그는

반가움에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

잠시 후 어떤 일이 다리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그에게서 시선을 떼어낸다.

출입문을 열기 위해 계단을 한걸음 올라간 유정은 잡한 감정들 때문에 창백해진, 웃음기 없는 얼굴로 문을 열고 들어간다.

재훈이 있는 테이블로 천천히 걸어가 마주 앉게 된 그녀.


"오래 기다렸어?"

"아니, 나도 조금 전에 도착했어. 그런데 유정아

어디 아파? 얼굴이 너무 창백해 보인다~괜찮아?"

"오빠, 나한테 할 말 없어?"

"응? 무슨 말?"

순식간에 유정의 눈으로 뜨거운 눈물이 차오지만

이대로 흘러내리게 두면 자신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아서 감정을 억누른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유정의 손을 끌어당기며

"무슨 일이길래 얼굴이 이런 거야~걱정되게"

재훈은 차가워진 유정의 손위로 자신의 손을 포개어 잡는다.

순간 빠르게 그의 손에서 그녀의 손을 빼내며

이어서,

약속 나오기 전 낯선 여자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시작으로 유정이 듣게 된 재훈에 관한 얘기와 낯선 여자와의 관계까지 빠짐없이 그대로 전한다.

점점 어두워지는 재훈의 표정을 보며 직감적으로

알게 된 그의 이중성.

"유정아 미안해. 그렇지만 그 여자말이 다 맞는 건 아니야. 네가 믿어줄지 모르겠지만. 그 여자는 인테리어일하다가 잠시 알고 지낸 사람은 맞지만 진지한 사이는 아니었어. 절대로.

난 가볍게 알고 지내는 사이로 생각했고 그렇게 만났기 때문에 너에게 미안하다거나 숨긴다거나

하는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어"

"오빠, 가볍게 만나는 사이가 어떤 건데? 그 여자 집에서 지내고 부모님도 다 아는 정도면 누가 보고 들어도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관계인 거지 가볍다고 할 수 있을까?"

"그건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이잖아. 너한테 정직하게 말하지 못한 건 미안하지만

난 그 여자가 말한 것처럼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만나지 않았어"

"지금 오빠가 하는 말대로라면 나에 대해서도

의미 없이 가볍게 만나는 사이라고 그 여자에게 변명할 수도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네"

"유정아, 나를 한 번만 믿어줘. 다시는 그런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할게. 응? 부탁이야"


그녀의 손을 당겨와 잡으며 유정의 감정을 흔들어 놓는다. 유정은 또 한 번 그에게서 손을 빼내며 말을 이어간다.

"나, 오빠를 이해하고 받아줄 수가 없을 것 같아.

차라리 정직하게 얘기라도 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랬으면 난 오히려 정직함이라도 갖춘 오빠에게 덜 실망했을 거야. 오빠의 그 입으로 나를 상대여자에게 그저 그런 가벼운 사이인 여자일 뿐이야라고 말했을걸 생각하니 저 밑바닥에 깔린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은 더러운 기분이 드네."

"유정아, 나 정말 너를 사랑해. 그 여자는 정리할게.

나 너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나한테 기회를 줘. 응?"

"난 그런 오빠의 말에 더 화가 나. 오빠가 두 여자를 두고 무게감을 저울질했다는 건 인간존중에 대한 기본개념이 없는 사람이었구나라는 더 최악이라는 생각이 들어. 오빤 그 여자랑 정리할 필요 없어.

내가 더 오빠 안 만날 거니까"

"유정아,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용서해 줘.

이런 일 다시는 없을 거야. 그 여자는 정말 아무런 관계가 아니야. 제발 날 믿어줘. 응?"

"난 다 얘기했으니까 그만 일어날게.

그동안 고마웠고 잘 지내길 바래. 내가 이곳을 나가는 순간부터 연락하지 마"

의자를 밀고 일어나 재훈을 뒤돌아 나오는

유정의 눈에서 그동안

참았던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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