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 내내 서로의 이야기로 시간을 채우고
밖으로 나와 어느새 어둑해진 길을 나란히 걷는다.
여기저기 핀 봄꽃들과 풀내음이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닮아있다.
"여기 산책로 예쁘다~네가 다니는 길이라 매력 있는 유정이를 닮아서 그런가? 하하하하" 시원한 웃음으로 간지러운 멘트를 유쾌하게 유도하려는 그를 향해,
"제가 예쁜 건 아는데요, 한 번만 얘기하면 진심인 것 같은데 계속 얘기하니까 빈말처럼 들리지?"라며 기분 좋은 핀잔을 준다. 어두워진 저녁시간, 공원에 가로등이 켜진다. 은은한 불빛이 꽃과 어우러져 몽글몽글한 분위기가 생겨날 때쯤,
"오빠, 우리 커피 마시자"
"좋지~카페 갈까?"
"커피 들고 마시면서 걷자~이 좋은 날에 실내에 앉아서 커피 마시는 건 봄에 대한 도전이지. 벤치에 앉아도 괜찮을 것 같아. 봄 냄새도 좋고 날도 따듯하고 공원 늦은 밤 분위기도 좋고."
테이크 아웃해 온 따듯한 커피를 들고 가로등이 켜진 공원 벤치에 앉는다.
"아~오늘도 커피 향 너무 좋다. 난 고소한 원두맛을 좋아해서 여기 산책 나오면 이 카페에 커피를 자주 마셔. 오빤 어때~커피 좋아해?"
"즐겨 마시지 않지만 오늘부터 좋아하려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그의 표정이 들떠 보인다.
"네가 좋아하는 커피처럼 너에게 향기도 온기도 전해주는 남자가 되고 싶어. 오빠 친구로 가끔 만나는 사람 말고 특별한 남자로 말이야."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듯 무겁지 않은 밝은 목소리로 옆에 앉은 그녀에게 마음을 전한다.
두 손으로 따듯한 컵을 들어 커피를 마시던 유정,
"사귄다는 단어가 난 부담스러워. 그렇지만 오빠를 천천히 알아는 가볼게."라며 그가 싫지 않음을 알아가겠다는 말로 대신한다.
"좋아. 나를 경험해 볼 시간 충분히 줄게. 그럼 오늘부터 우리 시작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