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
"엄마, 저 빼빼로 만들려고요. 필요한 거 사 와도 돼요?
"그럼~근데 만들려면 힘들잖아. 사서 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엄마는"
"엄마 작년에도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제가 만든 거 너무 맛있다고 많이 드셨잖아요."
"그랬어? 엄마 기억이 안 나지~?"
"그때 친구랑 선생님들이 예쁘다, 좋아하고 맛있다고 해주어서 힘은 들지만 제 힘으로 반죽하고 굽고 만드는 게 너무 즐거웠어요 "
"네가 그러고 싶으면 그렇게 하렴. 엄마는 늘 널 응원하니까!"
그렇게 저녁시간 내내 주방에서 버터, 밀가루, 달걀 개량해서 녹이고 반죽하고 섞고.
혼자 복닥거리며 두어 시간 지나더니,
"아, 어떡해! 엄마 큰일 났어. 어떡해... 나 바본가 봐. 왜 그랬지? 휴..."
"무슨 일이야, 응?"
"설탕을 넣는다고 계량해 두고 안 넣었어. 이거 어떻게 엄마.. 물에 섞으면 계량이 달라져서 안되는데"
"방법을 생각해 보자. 물을 안 섞어도 설탕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야"
"그냥 섞으면 설탕이 안 녹아서 씹힐 것 같은데 어떡해요"
"엄마생각은 그냥 넣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아. 오븐에 스틱을 고열에 굽다 보면 녹지 않을까? 또 반죽을 하루동안 숙성시킬 테고. 어때?"
"그렇게 해볼게요. 맛있어야 할 텐데 실패하면 어떡해요."
"그땐 또다시 하면 되지."
위로는 했지만 맛이 없으면 또 얼마나 실망을 할까라는 문제도 있었지만 그건 그때 가서 해결하면 되니까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지냈다.
당일 저녁이 되어 아이가 반죽을 스틱모양으로 빚어 오븐에 넣어 구워지는 순간, 버터향과 설탕의 달달한 향이 집안에 꽉 찬다.
그 순간, '아~맛있게 잘 구워지겠구나.'라는 확신.
역시나 향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던지라
빼빼로는 대성공이었다.
나눠줄 친구와 선생님들이 많아서
난 겨우 초코볼 한 개 맛볼 수 있었지만
큰아이가 함께 나눌 수 있는, 나누고 싶은 주위사람들이 늘어난 것에 감사하며
아이가 한 해 한 해 커갈수록
다양한 일상의 것들에도 감사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