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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2 대 1 12화

큰 아이의 눈물

섭식장애는 진행 중

by 겨리

이번 연휴 동안 두 아이가 아팠다.

목 따끔거림을 시작으로 침 삼킬 때 아프고 콧물, 잔기침, 고열에 두통까지.

게다가 큰아이는 복통과 설사까지 하느라 더 힘들어한다.

소아과진료를 마치고 약국에 들러 처방 전 데로 약을 받는다. 큰아이는 중3이라 알약처방을, 작은아이는 초5라 시럽으로 약이 처방되어 나왔다.

큰아이를 보며 말을 한다.

"알약 먹을 수 있겠어?"

"음... 한번 먹어볼게요."

"지난번에도 먹다가 몇 번을 못 삼키고 토하기도 했잖니. 괜찮겠어? 안되면 처방전 다시 받아올게"

"아니에요, 엄마. 언제까지 물약으로 계속 먹을 순 없잖아요. 이젠 알약으로 먹는 연습을 계속해야 하니까 한번 먹어볼래요."

큰아이가 먹겠다고 하니 알약으로 처방을 받아서 집으로 왔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는 약을 먹는다.

작은아이는 시럽이 맛없다며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목이 아프고 열나는 건 힘들었는지 밥과 함께 두 번에 짜서 약을 삼킨다.

큰아이는 알약 네 알과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알약 한 알을 삼키기 위해 머그컵으로 물 한 컵을 마신다.

캡슐약은 물만 삼켜지고 알약은 그대로 계속 입밖에 내어놓는다. 물 세 컵을 다 마실동안 끝내 삼키지 못한 캡슐을 가락으로 쥐고서는

"엄마, 이 약은 못 먹겠어요. 너무 커서 안 넘어가요."

"그건 버리고 타이레놀 가루약으로 먹으렴."

결국 가루약으로 대체해서 삼킨 큰 이.

약을 먹고 축 쳐져서 종일 잠만 잔다.

저녁에는 자극적이지 않은 들기름 미역국에 흰쌀밥을 먹고 싶다던 큰아이의 주문.

아이가 잠든 틈에 걸쭉한 미역국을 끓여낸다.

핼쑥한 얼굴로 식탁에 앉은 아이를 위해 저녁을 차려내고 배가 고팠는지 어느새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낸다. 밥을 다 먹고는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두리번대던 아이가

"엄마, 저 달콤한 크림빵 먹고 싶은데... 먹어도 돼요?"

"그럼~당연하지. 컨디션 안 좋을 때 당기는 건 몸이 원하는 거래. 대신 소화가능한 만큼 먹기야~"

기분이 좋아진 큰 아이는 맛있게 먹고 나니 과일도 먹고 우유도 마시고 종일 먹지 못했던 음식들을 하나씩 채워가고 있었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불안감이 려왔다.

분명 섭식에 대한 후폭풍이 몰려올듯해 보였기 때문 조용히 견과류를 꺼내어 주며,

"이제 견과류로 마무리할까?"

고개를 끄덕인 아이는 우유와 견과류를 먹고 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잘 먹었습니다" 서둘러

양치를 하러 간다. 저녁 먹은 것들 하나씩 치우고

이제야 오롯이 나의 시간. 탭북을 켜고 밀리서재에 읽고 있던 책을 연다. 몇 장이나 넘겼을까,

큰아이 방에서 코를 푸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온다.

코감기 때문에 들려오는 소리일 거라 대수롭지 않게 여긴 난 다시 책 읽는 것에 집중한다.

한참 동안 그 소리가 들려오더니 큰아이가 어느새 나의 맞은편 의자에 와서 앉아있다.

"엄마, 난 또 계속 먹기만 하고 멈추지도 못해서 돼지가 된 것 같아요. 자고 먹고 자고 먹고 저는 왜 이럴까요... 이런 제자신이 정말 싫어요."며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린다.

그제야 바라본 내 아이는 콧물 때문이 아닌 한참을 흘린 물로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먹고 난 후 자기를 자책하며 얼마나 복잡한 생각으로 스스로를 또 괴롭혔을까 생각하니 나의 마음도 겁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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