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2 대 1 10화

나도 엄마였구나 1.

작은아이의 어버이날 선물.

by 겨리

5월 첫째 주 엄마가 계신 시골집을 다녀왔다.

어린이날 겸 어버이날을 맞아 미리 찾아뵙고 인사도 드리고 손녀들 보는 즐거움도 드리기 위함이었다.

연휴가 이어지는 주말이어서 도로마다 차로 꽉 막혀있고 음식점, 카페마다 사람들로 붐빈다.

5월이면 지역봄축제가 한창인 시즌이라 골동네인 엄마집 근처에도 인파들로 북적인다.

엄마가 좋아하시는 중식으로 점심메뉴를 정하고 식사 후엔 산책 겸 가까운 카페로 향한다.

주문한 커피와 디저트가 나오고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은 그간 못한 얘기로 시간을 꽉 채운다.

그사이 직장에서 걸려온 전화. 휴일엔 전화를 걸어오는 일이 거의 없는데 다급한 일인듯했다.

"여보세요? 네~저예요. 무슨 일로 전화까지 하셨어요?"

저너머 들려오는 내용인즉 후배가 휴일근무 중 업무처리에 큰 실수가 있어서 그 원인을 조사하고 추후 실수에 대한 보완방법 등을 제출하라는 원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것.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기에 연휴 동안은 무거운 마음을 장착하고 쉬는 게 아닌 정신감정노동의 틀에 갇혀있어야만 했다.

사춘기인 나의 두 아이는 불안한 내 표정을 읽었는지

"엄마, 괜찮아요? 급한 일이에요? 커피도 못 마시고 쉬지도 못하고 엄마피곤하시죠..."

"그러게, 엄마 직장에서 문제가 좀 있었는데 출근해서 해결해야 할 일이야. 걱정한다고 달라질 건 없으니까 너희들도 신경 쓰지 말고 할머니댁에서 좋은 시간 보내고 가자. 알겠지?"라며 아이들을 안심시킨 뒤 난 그대로 직장일에 대한 고민에 빠져들어 꼬꼬무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연휴를 다 채우지 못하고 하루 일찍 서울로 올라온 나는 직장후배와의 통화를 시작으로 상황파악을 한 뒤 원인을 찾아 해결방법을 작성해 보고를 올렸다. 출근 후에도 이 사건을 마무리 짓고 하다 보니 어느새 어버이날이 되었다.

아침출근길에 초5 작은아이가 내민 어린이날 선물과 편지.

"엄마, 학교에서 만든 어버이날 표창장이에요.

저를 낳아주고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편지는 따로 읽어보세요.^^"라며 말하는 둘째.

"어머 고마워. 표창장에 편지까지. 너무 감동이다. 언제 이렇게 컸어 엄마딸?"

기특한 아이를 바라보며 행복한 기분으로 꼭 안아주었어요.

이를 본 중3 큰아이,

"엄마, 저는 저녁에 드릴게요. 제가 깜짝 선물 준비한 게 있어요. 오늘 저녁엔 엄마가 행복한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어요."라고.

"엄마는 이미 행복해. 이렇게 엄마를 위해서 힘이 되는 편지도 써주고 안아주고. 엄마에겐 너희들이 이미 가장 큰 선물이야."이렇게 엄마와 딸은 함께

어버이날의 등굣길, 출근길을 즐겁게 나섰다.




keyword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