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깊은 대화.
도착할 때까지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큰아이와 우산을 함께 쓰고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
꽤나 규모가 있는 베이커리 카페.
여러 가지 빵이 놓여있는 트레이를 보더니 만족스러운지
큰아이의 얼굴은 어느새 한가득 미소로 채워진다.
"엄마, 이거 담아도 돼요?"
"그럼~네가 좋아하는 빵도 먹고 엄마랑 못한 얘기도 하고 기분전환 겸 온 건데 여러 가지 먹고 싶은 것 담으렴."
"네~엄마. 여긴 타르트가 특이하게 생겼어요.
그리고 동생이 좋아하는 소시지빵도 너무 맛있어 보여요. 이것도 담을게요"
쉬는 날이면 집 밖을 잘 나오지 않는 동생이어서 어딜 가든 꼭 동생이 좋아하는 건 챙기려는 언니.
큰 아이가 항상 안쓰러운 건,
'언니니까 네가 양보해야지'라는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커가며 자연스레 동생을 먼저 생각해서 배려하고 챙기다 보니 정작 자신을 위한
선택은 늘 미루고 주저한다는 것이었다.
그랬던 아이도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적어도
엄마에게서 만큼은 동생보다 더 많은 챙김과 사랑, 관심을 받고 싶어 했고 늘 부족해했다.
오늘도 그런 날들 중에 하루였을텐데 나는
거기까지 생각을 하지 못했나 보다.
큰아이와의 대화를 위해
사람이 많지 않은 조용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어때? 골라온 빵은 맛있어?"
"네, 엄마. 이 타르트 엄청 부드러워요. 제 인생 타르트 3위 안에 들 정도예요. 엄마도 드셔 보세요." 하며 포크를 건넨다.
"많이 먹으렴. 그리고 아까는 엄마가 너무 순간적으로 화를 내서 미안해. 네 말을 차근차근 들었어야 했는데."
"아녜요, 엄마. 제가 죄송해요.
나가는 걸 싫어하는 동생인걸 알지만 저는 그래도 엄마생신이니까 멀리 좋은 데 가서 축하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못하는 걸 아니까 집 가까운 좋은 곳을 알아본 건데 여기도 저기도 안된다고. 그래서 동생도 미웠고 엄마도 동생 때문에 안 가려고 그러시나?라는 생각에 저도 화가 나서 다 싫다고 했었나 봐요."
"그랬구나. 서로 다른 생각들로 화가 났구나. 우리"
"그리고 엄마... 동생이랑 얘기할 때는 늘 웃으면서 부드럽게 말씀하시는데 저한테는 화난 것처럼 딱딱한 말투여서 엄마가 저를 동생보다 덜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더 싫다고 싫다고 했어요."
순간, 두 아이를 대하는 나의 태도에 대한 기억을 되돌려 보았다.
큰아이는 한창 사춘기인 중3.
작은아이는 사춘기 시작즘 초5.
정서적, 감정적으로 기복이 심한 사춘기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는 나 또한, 평범하지 않은 갱년기 호르몬 영향으로 기분이 오락가락하고 있는 중.
사춘기의 정점인 큰아이의 기분을 맞춘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에 되도록 부딪치지 않으려
말을 아껴왔고 그러다 보니 표현이 덜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것이 큰아이에게는 엄마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아서 아니면 동생보다 덜 사랑해서라는 감정을 갖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큰딸을 너무 사랑해. 사랑하는 것만큼
널 인격체로 존중하고 지켜주려고 간섭을 덜 했던 건데
엄마 표현방법이 너에게는 무관심으로 보일 수도 있었겠구나 싶어.
오늘 엄마에게 너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얘기해 주어서 고마워. 이젠 큰딸이 어떤 부분에서 서운해하고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지 알게 되었으니까 엄마도 그렇게 하도록 노력할게."
"엄마, 저도 입 꼭 다물고 말하지 않는 것 고쳐볼게요.
늘 표현하는 습관을 가지려 하는데 잘 안되지만
또 노력해 볼게요."
오랜만에 나의 두 손을 큰아이의 차가운 두 손 위로 포개어서 온기를 전해 주었다.
그 순간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