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엄마다.
그렇게 아이들을 뒤로하고
일층에 내려와 차에 시동을 건다.
마음진정을 위해 블루투스로 플레이리스트를 연결한 후 눈을 감고 한참을 운전석에 앉아 생각을 한다.
'난 지금 무엇 때문에 화가 폭발한 걸까.
아이입장에서는 자기주장을 확실히 한 건데
나는 왜 그런 이유로 화가 나 있을까.
큰 아이에게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다고 혼낼 때는 언제고 또 김정을 제대로 전달하는데도 화를 내고 있는 나의 모습은 딸아이 입장에서 정당 한 건가.'
이쯤 되면 내 머릿속에서는 이렇게 혼자 나가야 하는 게 맞는 건지, 큰아이를 데리고 같이 나가서 내 입장에서의 일방적인 화해를 해야 하는 건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글 쓰고 책 읽으면서 감정전환을 하고 싶은데 이 상태로 나간다고 그게 가능할까?
감정전환을 나 혼자 한다고 집안에 고스란히 남겨진 나의 화라는 감정을 받은 아이는 어찌하란 말인가.'
난 말과행동이 다른 무책임한 엄마일 뿐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휴대폰을 들고 큰 아이로 저장된 단축키 1번을 누른다.
신호가 간다. 길게 울리더누연결음이 끊어지면서 작은아이가 받는다.
"네, 엄마. 어디세요"
"엄마 일층이야. 언니는?"
"언니 잠깐 나갔어요."
"어디로?"
"몰라요. 엄마 나가고 바로 나갔어요"
'그래 큰아이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나는 내 시간을 보내자'하고
가까운 카페를 향해 차를 운전하기 시작했다.
그때 바로 다시 걸려온 큰아이의 전화목소리,
"엄마, 저예요. 잠깐 밖에 나갔다가 왔는데 전화하셨어요?"
"응, 카페같이 바람 쐬러 갈래?라고 물어보려고 전화했는데 없다고 해서 엄마 혼자 출발했어"
"엄마, 저도 같이 갈래요. 가고 싶어요"
"그래? 알겠어. 엄마 다시 차 돌려서 갈게.
공부할 거 있으면 챙겨서 내려오렴."
"네 엄마. 내려가있을게요"
차를 돌려 집으로 향하는 내 머릿속에는 비가 오는 토요일 차 막히는 낮시간. 어디로 가는 게
큰아이와 대화를 하고 바람 쐬기에 좋을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카페 베이커리일상을 주로 올리는 초보 블로거이기에 또 색다른 곳을 다녀와 글쓰기도 좋을 것 같아서 집 근처보다는 안 가본 별내 베이커리 카페를 검색해서 가보는 게 나와 아이에게도 좋을 것 같아서 목표지를 설정했다.
1층에 내려와 있던 아이를 픽업하고
"어디로 갈래~가까운데 자주 가는 데 갈까, 아니면 안 가본 별내 베이커리카페를 가볼래~"
"저는 베이커리카페가 가보고 싶은데 비가 와서 차 막히면 근처도 괜찮아요."
"엄마도 좀 거리가 있는 베이커리 카페지만 드라이브하면서 음악도 듣고 바람도 쐬고 싶구나.
출발한다."
비 오는 차창으로 들리는 빗소리와 함께 봄냄새나는 음악과 바깥바람의 봄내음까지 운전하는 1시간이 금방 흘러간다. 큰 아이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눈을 감고 마음을 정리하는 듯해 보인다.
도착해서 주차를 하려는 순간 베이커리카페 뒤로
보이는 불암산이 비안개로 희끗희끗 가려져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낸다. 이런 날 여기를 오지 않았다면 못 보았을 풍경에 가슴이 설레고 화로
꽉 찼던 감정이 한결 부드러워짐을 느꼈다.
역시 엄마는 엄마이기에 나 혼자만의 감정을 내세우고 고집할수 없는 존재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