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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2 대 1 06화

감정조절실패

엄마도 나약한 인간

by 겨리

쉬는 주 토요일 아침.

일찍 깨어 매일 하던 루틴을 하고 있자니

큰아이가 먼저 일어나 "엄마, 생신축하해요"

"응, 고마워. 감사해. 공부하느라 늦게 잤을 텐데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쉬는 날 좀 더 자렴"

"눈이 떠졌어요. 씻고 나올게요"하며 욕실로.

이어서 작은아이도 일어나 "엄마, 생신축하해요"

"응, 고마워. 즐거운 하루 보내자"

주말이면 쉬는 토요일 아침식사는 늘 간단하게 준비한다.

작은아이를 위한 아침밥과 큰 아이와 나를 위한

빵과 과일, 그릭요구르트, 견과류에 커피 한잔.

잔잔한 플레이리스트를 켜고 스피커 블루투스로 연결한 다음 조용히 식사준비를 시작한다.

사과는 씻어서 껍질째 조각내고 딸기도 같이 잘라서 담아낸다.

다 같이 모인 식탁에서 각자의 아침식사를 하며

대화한다.

"엄마, 오늘 가기로 한 스케이트장은 예약한 거예요?"

"아니, 예약은 안돼서 직접 가서 티켓 구매하고 타고 오면 되는 거야"

"음... 그럼 오늘 안 가도 되는 거예요?"

"왜? 차 타면 멀미할까 봐 나가기 싫어?"

"네... 또 속이 안 좋을 것 같아서요."

"그러자. 네가 가보고 싶다고 해서 가기로 한 거였는데

굳이 안가도 되면 그렇게 하렴"

그때 소리를 지르는 큰아이.

"야! 너 그런 게 어디 있어? 이미 다 씻고 나갈 준비 하고 있는 거 안 보여? 당일날 아침에 약속을 취소하는 게 어딨 어? 말이 되는 거야!?"

"아니 그럼 속이 안 좋아서 못 탈 거 같은데 어떡해!"

"엄마, 이런 버릇 얘 고쳐야 해요. 툭하면 약속 취소하고 가기 싫다고 나가지도 않고 뚱한 표정으로 말도 안 하고."

누구보다 바른생활이 몸에 배어있는 큰아이의 성향을 알기에 가족 간의 예외상황정도는 이해해 주고 넘어가기를 설명했고

작은아이에게는 가족도 작은 사회이기에 가족 간에도 약속을 할 때는 신중히, 그렇지 못할 때는 충분히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하고 못 지킨 약속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사과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로 식사시간은 마무리되었고

각자의 방에서 큰아이는 공부를, 작은아이는 그림을, 나는 설거지를 마무리하는 중이었다.

큰아이는 중간고사를 앞두고 주말학원보강수업이

시작되었다. 5시 30분부터라

이른 저녁을 같이 먹고 학원 보내기 위해

ㅇㅇ식당을 예약하려 했는데 브레이크타임이 걸려서 시간이 맞지 않았다.

"ㅇㅇ은 브레이크타임이라서 못 갈듯해"

그 옆에 고기 먹으러 갈까?"

"전 ㅇㅇ가고 싶은데. 거기 가면 ㅇㅇ 먹으려고 했어요. 계획대로 안되는 거 너무 싫어요"

"어찌할 수 없잖니. 거긴 다음에 가자. 고기 먹는 건 싫어?"

"먹고 학원 가야 하는데 옷에 냄새가 배잖아요. 싫어요!"

"그럼 비슷한 메뉴식당ㅇㅇ있는데 거기 갈까?"

"거긴 가게주위에 담배 피우는 사람 많아서 연기 때문에 싫어요!"

"음... 그럼 여대 앞에 있는 ㅇㅇㅇ은 어때?"

"거긴 의자가 불편해서 싫어요!"

이쯤 되니 인내심이 바닥을 보였어요.

"또 싫다 병 시작이야? 엄마가 취소한 것도 아니고 그 가게사정인걸 어쩌니. 그리고 오늘은 엄마생일이지만 너희들한테 맞추려고 이리저리 알아보고 물어보는데 어떻게 태도가 그럴 수 있어?

엄마는 너무 실망이다. 너만 생각하고 엄마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구나"

그 순간 코끝에 찡한 기운과 함께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아~나 또 왜 이래. 이건 그냥 기분 탓인 거야.

갱년기호르몬이 나를 지배하는 게 아니라 누구든 이 상황이면 충분히 들 수 있는 감정이고 기분인 거야.'

라며 스스로를 괜찮다며 다독였다.

그런데 기분이 나아지질 않고 이분위기 안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이고 스트레스 기운이 강해지는 걸 감당하고 싶지 않았다.

"엄마,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올게.

이대로 있으면 안 좋은 감정이 계속 올라와서

큰소리를 내 거나 너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할 것 같아."

"엄마,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아침부터 동생이

일방적으로 약속취소하고 식당까지 예약 안된다고 하니까 더 화가 나서 그랬어요"

"알겠고 엄마 가슴이 꽉 막혀서 혼자 드라이브 좀 하고 올게."

"저도 같이 갈래요"

"아니, 엄마 혼자 갈 거야. 지금은 같이 가고 싶지 않아.

엄마도 혼자 생각하고 스트레스 털어낼 시간이 필요해. 다녀와서 얘기하자."며

차키와 글 쓸 패드, 돋보기만 챙겨서 1층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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