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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2 대 1 09화

잃어버린 과학책 1

어디로 간 거니

by 겨리

중3아이.

수학학원을 다녀온

밤 10시가 되어서야 늦은 저녁을 는다.

빕을 먹으면서 큰 아이가 하는 말,

"엄마, 제 과학책이 없어졌어요. 수업 전에 다 찾아봤는데도 없어서 오늘 학은 책 없이 수업 들었어요."

"사물함에 넣어두고 다니는 거 아니었어?"

"네, 맞아요. 이번 중간고사 때 과학시험 보느라 집에 몇 번 들고 왔다가 시험 끝나고 다시 학교사물함에 갖다 두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

제가 요점 필기도 책에 엄청 꼼꼼하게 해 두고

선생님이 말씀해 주신 시험대비 예상문제도 엄청 자세하게 메모해 두었는데 없어졌어요."

"네 책을 자기 책인 줄 알고 사물함에 넣어둔 친구가 있지 않을까?"

"책이 없어져서 찾으려고 저희 반 단톡방에도 내 과학책 본 친구 있으면 알려줘.라고 올렸었는데

다들 읽씹이에요. 제가 반친구들이랑 잘 안 어울리고 인기도 없어서 애들이 다 관심 없어하는 것 같아요."

"그러진 않을 거야. 반에서 인기가 있고 없고의 문제라기보다는 요즘 아이들은 자기 일 아니면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닐까 싶은데."


이런 말로 아이를 안심시키고 있던 나.

학교에서의 원만하지 않은 교우관계로 또 자책하며 상처 입을까 큰 아이를 어느새 위로하고 있는 나.

중학교 1학년때부터

집에서 떨어진 거리가 있는 곳으로 학교를 배정받아 초등학교 때 친구가 단 한 명도 없는 환경에서 시작한 아이.

점심을 같이 먹을 친구가 없어 초반에는 혼자 밥을 먹다 안 되겠다 싶어서 점심밥친구 만들려다 안 좋은 일에 엮이기도 하고

기질이 맞지 않는 친구임에도 혼자인 것보다는 낫다며 겨우 같이 다니는 친구 한, 둘 사귄 아이.

그러다

어느새 3학년.

이젠 점심 먹는 친구무리 두 명만 있으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친구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지내는 중이었음에도 또 이런 일이 반복되면 여전히 아픈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아이.


"제가 아침마다 등교를 제일 먼저 하니까

혹시 하고 친구들 사물함을 다 열어봤는데도

책이 어디에도 없었어요.

제가 인기 있었으면 주위 친구들이라도 나서서 물어봐주고 찾아보라고 옆에서 챙겨주었을 텐데...

누가 쓰레기통에 버렸을까요?"

"선생님께 책 잃어버렸다고 말씀드려 봤어?"

"네... 선생님이 잃어버린 책은 찾기 어렵다고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래요."

"음... 선생님도 네 입장에서만 친구들한테 물어보는 게 조심스러워서 그렇게 말씀하셨겠지?"

"저도 그런 생각은 했었는데 별일 아닌 것처럼 그냥 사라고만하시니까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저는 누가 가져가서 버린 건 아닌지 너무 화가 나고

스트레스받는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게

인기 없고 존재감 없는 나의일이라서 그런 거 아닐까라는 생각에 속상해요, 엄마."


순간, 심장이 아파왔다.

'친구 없어도 저만 열심히 하면 되니까 별로 신경 안 써요.'라는 말로 엄마가 걱정할까 늘 무던하게 학교생활을 해가는 듯했지만 아이가

교과서 잃어버린 일로 또 한 번 약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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