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의 통화.
그렇게
아침부터 기분 좋은 출근길.
시골에 계신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아침 8시면 어김없이 밭일을 하고 계실 엄마.
큰아이 학교 근처에 가까워지고 있던 시간, 아직 차에 타고 있던 아이는 운전 중 스피커폰으로 연결한 전화 연결음에 놀라며 묻는다.
"엄마, 아침인데 누구한테 전화하세요?"
"엄마도 내 엄마한테 어버이날 안부전화하려고~"
"아~할머니였구나."
연결음 몇 번 울린 후 곧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 그래. 아침부터 무슨 일 있나?"
늘 익숙한 사투리로 말씀을 하신다.
"엄마는. 무슨 일 있어야 전화해?"
"아침엔 바쁠 텐데 전화까지 하니까 놀랐다."
"놀래기까지 해. 매일 저녁마다 통화하면서"
"그래, 공주들은 다 학교 내려줬나?"
"아직 큰애는 안 내렸어요~결아. 할머니께 인사해"
"할머니 안녕하세요~어버이날 축하드려요."
"아이고 우리 큰 공주. 말도 이쁘게 하네. 할미는 잘 있으니까 다닐 때 조심하고 아프지 말아야 한다"
"네, 할머니"
"어버이날인데 오늘 같은 날 못 찾아봬서
너무 보고 싶어 엄마."
"주말에 다들 다녀갔는데 뭐가. 미리 다 얼굴 보고 해 놓니까 이런 날 별거라고. 다들 안 아프고 건강하면 된 거다"
"엄마, 나 낳아주시고 키워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어.
지금도 엄마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지 못하고 불안불안 살아가는 큰딸이라서 죄송해요."
순간 눈물을 삼키고 있는 목소리가 떨린다.
눈물이 차오르고 있던 찰나,
"아침부터 애 놀란다. 사는 게 다그런거다. 우리 큰딸
두공주랑 잘살아주고 있으니까 그런 걱정 마라.
엄마는 우리 큰딸 제일 사랑한다."
"엄마, 사랑해. 다니실 때 조심하고 밭일 무리하지 마세요."
"내는 쉬면 아픈 사람이다. 요래조래 조심히 하고
있으니까 걱정 말고 어서 출근해라"
"응, 엄마 저녁에 영통 해요. 끊을게"
뒷자리 앉아있던 큰아이가 말을 한다.
"엄마, 울지 마세요. 늘 에너지 넘치는 엄마가 할머니랑 통화할 때만 우는 것 같아요. 저희가 있잖아요. 힘내세요, 엄마"
순간 더 울컥하게 만든 아이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한 나. 학교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아이를 내려주며,
"큰딸~엄마도 내 엄마한테 투정 부리는 거야.
엄마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나중에 큰딸도 엄마한테 투정 부리면 오늘 할머니가 엄마를 다독여주신 것처럼 엄마도 너를 품어줄게.
사랑해 , 좋은 하루 보내렴"
"엄마, 사랑해요. 오늘 저녁에는 어버이날 깜짝 선물을 기대하세요"
즐거운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헤어진 후,
학교를 향해 걸어가는 큰아이의 뒷모습이 나를 참 많이 닮아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