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 백설공주보다 더 예쁜 여자 이야기

by 봄날

옛날옛날.

예쁜녀와 잘생긴남 단 둘이 사는 작은 나라가 있었어요.

예쁜녀는 언제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잘생긴남을 보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저렇게 멋진 사람과 결혼하면 행복할 것아" 하며 잘생긴남을 연모하게 되었어요.

잘생긴남 역시 아름다운 예쁜녀를 사랑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잘생긴남과 예쁜녀의 나라에는 거울이 없어서 잘생긴남과 예쁜녀는 자기자신의 얼글을 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잘생긴남은 자신이 얼마나 잘생겼는지 또 예쁜녀는 자기 자신이 얼마나 예쁜지 모르고 있었답니다.

그날도 따뜻한 햇빛에 선선한 바람이 부는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날이었어요. 그런데 옆 나라에서 누군가 잘생긴남과 예쁜녀의 나라에 침입을 했어요. 옆 나라에는 백설공주와 왕자님이 살고 있었거든요.

예. 맞아요.

백설공주의 계모가 그 몹쓸 놈의 거울과 사과 바구니를 들고 백설공주와 왕자님의 현상수배령을 피해서 잘생긴남과 예쁜녀의 나라에 몸을 피하기 위해 침입을 한 것이었어요.

백설공주 계모는 숨어지내던 그 백일동안 가지고 있던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말았기 때문에 거울을 팔아 돈을 벌기 위해 예쁜녀 집에 들어와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오... 이렇게 아름다운 아가씨가 백설공주 말고도 또 있었군요. 자 이 거울을 보세요. 그리고 거울에게 물어보세요.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쁜지. 이 거울이 맘에 들면 88만원에 아가씨에게 드릴게요."

백설공주 계모의 말이 좀 못미더웠지만 계모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예쁜녀는 그만 거울에게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쁜지 물어보고 말았어요.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이 누구니?"

이 질문을 받은 거을은 참으로 난감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예전에 계모가 같은 질문을 했을 때 있는 사실 그대로 백설공주가 가장 예쁘다고 했다가 하마터면 계모의 주먹에 거울 반쪽이 날아갈 뻔했기 때문입니다. 너무 고민한 나머지 땀이 나서 거울에 김이 서릴 정도였어요.

거울은 결심했습니다.

'그래 말하자.'

"백설공주...가 아니라... 아... 예쁜녀...도 아니라... 백설공주 계모 왕비님이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쁩니다."

거울의 대답을 들은 계모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거을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기 이렇게 예쁜녀가 있는데...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사실 그대로 말하라구. 이 엉터리에 터무니 없는 거울 녀석아!"

그 말은 들은 거울은 계모의 말에 더 겁을 먹고 "계모 왕비님이 제일 예쁩니다."는 말을 반복하기만 했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예쁜녀는 계모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왕비님. 왕비님이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것을 믿어요. 저도 왕비님이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이 거울이 진실을 말하는 거울이라서 정말 가지고 싶은데... 카드할부가 될까요? 왜냐하면 저는 88만원이 없어요."

당장 돈이 필요한 백공계모는 지금 돈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렇게 돈을 벌기 위해 예쁜녀에게 맘에도 없는 칭찬을 하고 아양을 떠는 자기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져 조금 전에 거울에게 화를 내었던 것보다 더 많이 화가 나고 말았습니다.

"아니... 돈을 줄 수도 없으면서 왜 거울을 살 것처럼 내 거울에 대고 누가 예쁘냐고 물어보고 그래? 나참 어이가 없어서. 돈을 줄 수 없으면 내 앞에서 썩 꺼져."

그런데 사실 계모는 허락도 없이 예쁜녀 나라에 그리고 그녀의 집에까지 들어와서 거울을 팔겠다고 거울 앞에서 떠들고 있었거든요. 예쁜녀는 백공계모의 무례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죄송하다고 말하며 거울을 깨끗하게 닦아서 왕비에게 돌려 주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거울은 예쁜녀의 예쁜 마음에 감동을 해서 예쁜녀에게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예쁜녀. 당신은 정말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졌군요. 아름다운 모습에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습니다. 백설공주보다 더 예뻐요. 걔는 얼굴만 예뻤지. 독이 든 사과도 구분못하고 말았죠."

계모는 거울을 빼앗듯이 예쁜녀의 손아귀에서 메몰차게 거울을 가져가버리고 씩씩거리며 문이 부숴져라 쾅 닫으며 나가서는 다른 나라로 거울을 팔러 가 버렸습니다.

그렇게 계모를 만나고 난 예쁜녀는 그 나라에서는 몰라도 되는 사실 한 가지를 알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아... 난 예쁘구나....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구나.'

'나보다 예쁘지 않은 백설공주는 왕자와 결혼을 했다지? 그럼 나는....'

이전에는 잘생긴남만 보아도 행복해 하던 예쁜녀가 이제는 잘생긴남을 보아도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변해버렸습니다. 그렇게 변해버린 예쁜녀의 미모는 변함이 없었지만 예전처럼 마음이 따듯하지 않다는 것을 잘생긴남은 조금씩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잘생긴남은 예쁜녀에 대한 사랑을 소중하게 간직하며 그녀와 결혼을 하면 예전의 예쁜녀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녀에게 청혼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맑은 봄날 잘생긴남은 장미꽃다발 한 가득 안고 예쁜녀의 집 앞에서 그녀를 불렀습니다. 예쁜녀는 잘생긴남이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의 사랑이 하찮게 느껴지던 차에 그녀 집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잘생긴남을 보자 어이없는 한숨이 나올 뿐이었습니다.

문을 열고 그녀가 나오자 잘생긴남은 수줍은 미소를 띄우며 이렇게 물었습니다.

"저기...요... 아침식사는 하셨어요?"

예쁜녀는 턱을 들고 잘생긴남을 외면한 채 차갑고 단호하게 대답했습니다.

"예. 먹었어요."

예쁜녀의 냉대에 마음이 쓰렸지만 예상한 대답을 들어 반가웠던 잘생긴남은 뻘줌뻘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 못먹었어요. 그런데 아침밥으로 뭘 먹었나요?"

"북어국에 김치하고 먹었어요."

예쁜녀는 점점 더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어요. 어색해지는 대화에 잘생긴남은 용기를 점점 잃어가고 말아서 목소리가 개미만해졌어요.

"아... 예... 북어국... 김치... 맛있었겠어요..."

예쁜녀는 더 거만해질 뿐이었어요.

"저도 아침밥... 먹고 싶어요."

예쁜녀는 잘생긴남이 도통 뭐라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뭐라구요?"

잘생긴남은 예쁜녀가 화를 내고 있단 생각에 어쩔 줄 몰라하다가 마지막 용기를 쥐어짜서 이렇게 말했어요.

"밥... 아니... 아침밥..."

그리고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꽃다발을 그녀에게 내밀었습니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예쁜녀는 그만 할 말을 잊고 하늘을 보고 한숨을 쉬고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진정을 한 다음 이렇게 말하고는 집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아침밥 너가 해 먹으면 되잖아!"

너무 놀란 잘생긴남은 쪽팔려서 그 나라를 떠났구요. 예쁜녀는 자신은 정말 너무 예쁜 나머지 왕자 정도가 아니면 아무도 만나지 않겠다며 누가 다가와도 문도 열어주지 않고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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