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안으며

by 봄날

고양이를 한아름 안으면 마음이 포근해진다. 따뜻한 부드러움이 손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마음으로 전해진다. 이런 따뜻함을 나는 얼마나 갈망했던가?

고3 때였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고3이 다 되도록 마음 편하게 쉰 적이 없었다. 불안함을 억누르며 공부를 하다보니 정작 열심히 공부를 해야 했던 고3이 되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불안함에 절여진 마음으로 공부가 될 리가 없었다. 뭔가 포근한 무엇인가를 잡았으면 했다. 엄마에게 말했다. 손 안에 들어오는 인형을 갖고 싶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엄마가 나에게 사 준 것은 작은 새 모양의 목각 인형이었다. 그때 나는 내가 원한 건 그게 아니라고 말하지도 못했다. 엄마가 사준 나무 인형을 손에 꽉 쥐으며 잠시라도 불안함을 잊어보려 했지만 딱딱한 아픔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엄마는 나를 안아주지 않았다. 엄마 품에 안겨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던 건 7살 때였던 것 같다. 작고 날카로운 기억.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찔리듯 아팠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 될 것만 같았다. 술에 만취해 가족들에게는 관심이 없이 쾌락에 빠져 가난하게 사는 사람. 돈이 생기면 다시 술을 먹고 일을 하지 않아 돈이 없으면 엄마에게 돈을 달라고 구걸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될 것만 같았다. 공부를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불안함. 무엇인가의 시작이 불안함이라면 그 불안함으로 인해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나의 지난 시간은 이 불안함으로부터의 탈출의 연속이었다. 늘 불안했지만 불안함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불안이 시작되는 밤이면 잠이 들 수 없었다.

고3 때 극에 달한 불안함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불안함이 몰려오면 내가 다시 불안해졌다는 것을.

다시 불안이 왔구나.

내가 뭔가를 잘못해서 불안한 게 아니라 불안하니까 나의 잘못이 보이는 거야.

이런 말을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면 어느 샌가 나는 스르르 잠에 들 수 있었다.

고양이를 안으면 고양이는 미야옹거리며 나의 품을 벗어나려 한다. 손에서 고양이를 놓아주며 나에게 말한다.

그래. 이젠 가라 나의 불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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