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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렙 Jan 18. 2024

실수는 실패가 아니다.

그러니까 실수해도 괜찮아요.



색깔 있는 옷들 사이에 흰 반팔 티 한 장 정도만 들어가도,

흰 티에 색이 물들어서 못 입게 될 것 같고,




수건들만 따로 모아서 세탁기에 넣은 후 ‘이불’ 코스를 선택하면,

코스를 잘못 선택해서 제대로 세탁이 될 것 같지 않고,




돌아가는 세탁기의 전원 버튼을 실수로 눌러 처음부터 빨래를 다시 시작해야 하면,

세탁 시간이 애매하게 길어져서 빨래가 상해버릴 것 같고,




바지 뒷주머니에 5만 원권 지폐를 넣어둔 것을 까먹은 채 빨래를 돌리면,

돈을 못 쓰게 될 수도 있고 돈이 찢어져 세탁기통 안이 더러워질 수 있을 것 같고,




당장에는 큰일 난 것 같다. ‘왜 이렇게 됐지’ 싶을 수 있다. 실수를 한 자신을 책망할 수 있다. 별 것도 아닌 작은 일조차 실수하는 게 한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괜찮다. 말 그대로 실수일 뿐이니까. 침착함을 갖고 보면 그리 큰일도 아니다. 조금 귀찮을 뿐 해결하지 못할 일들이 아니다.








다르게 생각해 보면,



색깔 있는 옷들 사이에 흰 반팔 티 한 장 정도만 들어가도,

흰 티에 색이 물들어서 못 입게 될 것 같고,

[막상 흰 옷을 다른 색의 옷과 함께 세탁해도 색이 물들지 않는 경우도 꽤나 있다. 그리고 색이 물들면 이너로 입거나 집에서 생활복으로 입으면 된다.]




수건들만 따로 모아서 세탁기에 넣은 후 ‘이불’ 코스를 선택하면,

코스를 잘못 선택해서 제대로 세탁이 될 것 같지 않고,

[수건을 이불 코스로 세탁해도 빨래는 잘만 된다. 만약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또 어떤가. 다시 수건 코스로 빨래를 하면 그만이다.]




돌아가는 세탁기의 전원 버튼을 실수로 눌러 처음부터 빨래를 다시 시작해야 하면,

세탁 시간이 애매하게 길어져서 빨래가 상해버릴 것 같고,

[세탁기 전원을 잘못 눌러 시간이 애매하게 길어져도 애매한 시간만큼 더 돌렸다고 빨랫감들이 잘 상하지는 않는다. 그 정도로 상해버린다면 그건 그 옷들이 잘못된 거다.]




바지 뒷주머니에 5만 원권 지폐를 넣어둔 것을 까먹은 채 빨래를 돌리면,

돈을 못 쓰게 될 수도 있고 돈이 찢어져 세탁기통 안이 더러워질 수 있을 것 같고,

[세탁기 한 번 돌아갔다고 돈이 못 쓸 정도로 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종이처럼 찢어져 세탁기통 안이 더러워지면 그냥 주워서 버리면 된다. 단지 귀찮을 뿐이지 심각한 건 아니다.]




실수를 해서 반드시 문제가 발생하는 건 아니다. 생각해 보면 실수로 커피가 든 텀블러를 쳤는데 넘어지지 않았던 것과 비슷한 경험도 얼마나 많았는가. 설령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그게 실패로 이어지는 건 더더욱 아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실수를 실패로 받아들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완벽함을 추구하며 작은 실수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나 자신에게서 발견한다.



실수는 실패가 아니다. 그리고 나는,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 애초에 완벽할 수 없다. 실수는 언제든지 만회할 수 있다.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실패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일은 사실 실수로 여길 수 있지 않을까. 실수를 실패로 보지 않고, 만회하고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기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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