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세제 고르듯이.
세제가 없으면 세탁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 물로만 빨래를 해야 하면 빨래가 제대로 되지 않고 냄새가 날 수 있으니 어쩌면 세탁기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의기소침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반대로,
세제도 세탁기가 없으면 자신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도 스스로를 크게 쓸모 있는 존재라고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각각 하나의 독립적인 존재이지만, 그 혼자만으로는 어쩌면 우리의 온전한 능력을 다 발휘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서로서로 교류하고 협동하고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우리 안에 내재된 온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애초에 그렇게 만들어진 게 아닐까.
물론 협동하고 교류하는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아니 쉽지 않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더럽다. 짜증 난다. 힘들다. 피하고 싶다. 혼자 있고 싶다. 아무도 만나기 싫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모든 사람이 우리에게 그런 존재였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우리를 아프게 한 한 사람, 아니 몇 사람, 아니 상당한 수의 사람들의 부정적인 영향이 커서 기억의 대부분을 잠식하고 있어서 그렇지.
우리에게도 웃음 짓게 하고, 힘이 나게 하고, 위로받음을 느낄 수 있게 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니 지금도 주변에 있다. 분명히.
우리를 아프게 만든, 상처받게 만든, 그래서 사람 자체를 싫어하게 만든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버리자. 말 그대로 쓰레기 같은 것들이기에 쓰레기통에 버려버리자.
종이 한 장을 꺼내서 거기에 나를 괴롭힌 쓰레기들을 적어보자. 그것이 좋지 않은 기억이든, 사람이든, 감정이든. 그리고 그 종이를 있는 힘껏 구겨버리자. 화풀이하자. 부정적인 감정을 담아보자.
그러고 나서, 그 종이를 쓰레기통에 버려버리자. 그리고 종이에 적힌 것들에 대해서 잊어버리자. 내 안에서 떠나보내주자. 더 이상 나를 괴롭히는 것을 그만 두자.
그리고 함께 있을 때 편하고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하자.
세탁기의 입장으로 다시 돌아가 생각해 보자.
세탁기라고, 모든 세제와 잘 맞았을까? 아닐 것이다. 어떤 세제는 생각보다 거품이 많이 나와서 거품을 토해내야 했을 수 있고, 협동해서 빨래를 해내도 이상하게 빨래에서 냄새가 나기도 했을 것이다. 반대로 합이 잘 맞아서 다음에 또 같이 빨래를 하고 싶은 세제도 있었을 것이다.
세제를 바꾸고 난 후로 빨래를 했는데도 이상하게 냄새가 난다면 세제를 바꿔야 한다. 억지로 찝찝하게 만드는 세제를 쓰지 않아도 된다. 기분 좋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다른 세제들도 충분히 많기에.
이 세상, 혼자서 살아가기 쉽지 않다. 아니 힘들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여러 이유를 차치하더라도 그럴 수밖에 없다.
어차피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그 안에서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나와 잘 맞는 사람들을 옆에 두자. 그리고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자. 점점 멀어지자.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많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