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통장엔 천만 원도 없을까]
“200만 원 냉장고를 무이자 36개월로 구매하실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한 달에 6만 원도 안 되는 금액으로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고급 냉장고를 구매하실 수 있어요! 거기에 행사 사은품으로 에어프라이어까지 드리는 초특급 파격행사!“
홈쇼핑이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런 내용의 행사 홍보 멘트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해당 멘트만 들으면, 냉장고를 거저로 가져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한 달에 6만 원도 안 되는 돈(약 56,000원)으로 고가의 냉장고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흔히 ‘쪼개기 화법’이라고 하는 세일즈 스킬이다. 소비자가 부담하게 되는 총 금액은 결국 똑같지만, 이를 할부 기간으로 단순하게 나눠서 지금 당장 혹은 앞으로 몇 개월 간 느끼는 부담감을 낮추어 마음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이러한 세일즈 스킬은 지금 당장 객관적으로 필요한 물건이 아님에도 소비자로 하여금 스스로 그 필요성을 만들어내게끔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불필요한 소비를 하게끔 만든다.
(세일즈 스킬에 대해서 비교적 잘 알고 있는 이유는, 영업조직에서 근무했던 경험 덕분이다. 추후에 이 회사에서의 일들에 대해서도 글로 남겨보겠다.)
그래도 큰 금액을 여러 달로 나눠서 결제할 수 있고, 심지어 거기에 이자를 더하지 않는 무이자라면 ’무이자 할부‘를 활용하지 않고 일시불로만 결제를 하는 게 오히려 현명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지불 금액이 적다고 해서 할부로 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개의 할부 결제의 월 납부금의 규모가 웬만만 일시불 결제금만큼 쌓이게 된다. 그리고 문제는, 그만큼의 납부금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달 동안 청구된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할부로 결제했기에.
할부로 결제를 진행하게 되면 적게는 2~3달, 많게는 24~36개월 동안 기존 생활비에 추가로 월 납부금이 생긴다. 이는 월 고정비가 추가로 생기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 이에 따라 고정비가 증가하게 되는 것이기에 돈 관리 하기가 어려워진다. 한 달에 내가 얼마를 쓰는지 파악하기가 할부금으로 인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파악하고자 하더라도 그 과정의 번거로움과 귀찮음으로 인해 한 두번, 길게는 몇 달 정도 확인할 수 있지만 꾸준히 지속하지 않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금액이 큰 제품을 할부로 결제했다면, 그 할부 기간 동안 해당 결제에, 구매한 제품에 손발이 묶이게 된다. 즉 자유를 뺏기게 된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예를 들어 150만 원 상당의 청소기를 무이자 3개월로 구매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기존에 유지하던 지출 규모에서 월 50만 원의 추가 고정비가 3개월 동안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꽤나 부담이 되는 금액이다. 만약 이 기간에 (계획에 없던) 가족이나 친구가 여행을 가자고 한다면, ’Yes'라고 답할 수 있을까? 쉽게 답할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청소기를 구매하기 위해 매달 50만 원씩 저축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돈을 모아가는 기간에 여행 제안을 받았을 때 청소기 구매를 뒤로 미루고 여행을 먼저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우리가 가지게 된다.
설사 내가 돈을 모으는 기간에 청소기 프로모션이 종료되어 금액이 160만 원으로 올라가더라도, 10만 원에 상황을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주도권을 뺏기게 되는 것보다 낫다.
무이자 할부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일시불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면, 내가 살 수 없는 것.‘이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할부를 사용하고 싶은 경우는 구매하고자 하는 물건이 내가 당장에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때가 많다. 우리가 편의점에서 라면과 삼각김밥을 구매하면서 할부를 하려고 하진 않듯이.
즉 내가 여유롭게, 마음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것들 이 아닌 물건들은 애초에 내가 살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지금 나의 재정상황으로는 살 수 없지만 그 물건에 대한 욕구로 인해 돈을 나눠내면서 구매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시불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면, 지금은 내가 살 수 없는 것이다.’라고 되뇌며 재정 상태를 관리해야 한다.
무이자의 혜택이 있더라도, 할부 결제를 애용하지 않고 일시불로 결제하는 것의 왜 더 좋은지에 대해 알아봤다.
다음 글에서는 우리에게 조금은 낯설 수 있고, 무서울 수 있지만 자본주의를 살아감에 있어서 반드시 알아야 할 ’대출’에 대해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