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_charcoal, acrylic on linen_180x165cm_202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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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넉넉한 몸집의 여인이 성큼성큼 걸어간다. / 썩어가는 내 옆구리를 생각해. 거길 관통한 총알을 생각해. / 꽃무늬가 어지러운 옷차림이다. / 처음엔 차디찬 몽둥이 같았던 그것, 순식간에 뱃속을 휘젓는 불덩어리가 된 그것, / 늙수그레한 남자가 하릴없이 골목을 서성거린다. / 그게 반대편 옆구리에 만들어놓은, 내 모든 따뜻한 피를 흘러나가게 한 구멍을 생각해. / 뒷산의 옹골찬 숲이 흘끗 보아도 기운차다. / 그걸 쏘아보낸 총구를 생각해. / 예스러운 경성참기름집 담벼락에 능소화가 눈부시게 환하다. /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 그걸 당긴 따뜻한 손가락을 생각해. 나를 조준한 눈을 생각해. / 뜨문뜨문 큼지막하게 꽃을 피워 놓은 넝쿨이 검붉은 벽을 타고 올라 날름거린다. / 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