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를 켜고 밤사이에 벌어진 '남태령' 뉴스를 들으며 꿈지럭꿈지럭 그림을 막 시작하려는데 물컥 눈물이 고인다. 예의 그 복잡한 감정이 또 흔들린다. 붓을 든 채 훌쩍거린다. 주저앉아 안경너머로 눈물을, 콧물을 훔친다. 급기야 어어엉 짐짓 짐승의 소리를 낸다. 자꾸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학창 시절 힘센 놈에게 당한 폭력의 기억을 동창생 단톡방에서 확인했다. 군입대하자마자 두들겨 맞으며 훼손된 자존감이 모멸감으로 남아 스멀스멀 아무 때나 기어 나왔다. 갓난아이의 머리통만한 시커먼 돌들이 검은 아스팔트에 나뒹굴었던 오월 광주에 대한 기억이 동맥을 가로지르는 칼자국처럼 남아 쾅, 차문 닫은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군부독재 시절 빠바바바밥박, 최루탄 터지는 소리에 일제히 흩어지는 군중 틈에 우두커니 서있었던 잠깐의 기억이 살에 박혀 꿈틀거렸다. 위정자의 겉 다르고 속 다른 행동거지를 뉴스에서 볼 때마다 욕설을 마다하지 않으며 어린 딸아이의 또랑한 눈을 잽싸게 가렸다.
몸의 한구석에 숨죽이고 있다가 언제든 공포로 바뀔 수 있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온 수십 년이다. 눈앞에서 벌어진 작은 폭력이 조금 더 큰 폭력을 부르다가 순식간에 목숨도 앗아가 버리는 걸 봤다. 그럴 수 있다, 그래서 무섭다. 그런 두려움이 일거에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해소되었을 때 터져버린 울음이 아니었을까.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빛의 몽둥이를 흔드는 젊은 여성의 활기찬 움직임이 매 순간 터지는 폭죽 같다. 질서와 혼돈이 고도의 균형을 이루며 '절대적으로 현존'한다. 죽은 자가 산 자를 온 힘으로 돕고 산 자가 죽은 자를 온몸으로 기억한다는 그 소설가의 깊은 통찰을 목격한다. 거대한 젊음의 위대한 몸짓들을 감싸고 피어오르는 숭고미를 느낀다. 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