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01_acrylic, oil pastel on linen_90.9x72.7cm_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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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16 흐름의 회화론
세 통로가 있다. 하나 <건축적 존재>, 둘 <흔들리는 빛>, 셋 <관념의 여백>, 이는 유체지각의 감각을 동전의 앞면으로 삼아 세상에 던지는 세 가지 시선이다. 각각의 시선이 서로 사이클을 달리하며 이미지를 송출하고 때로 서로 교차한다.
1
건축적 존재, 지금 여기 차지하고 있는 존재의 지속을 말한다.
개체와 개체의 사이를 채우고 흐르는 유체, 공기의 상태를 지각할 때 개체의 이미지는 어떻게 포착되는가. 조각가 부르델의 건축적 존재감을 떠올린다. 욕조의 물을 밀어내듯 공기를 밀어내고 지금 여기 차지하고 있다,라는 존재감이다. 대체할 수 없는 저 산과 같은, 존재의 지속으로서 개체는 같은 물에 발을 담글 수 없는 시냇물처럼 흐르는 시공간에 거주한다. 화가 세잔이 흔들리는 빛에 흔들리지 않는 빅트와르 돌산의 존재감을 좇았던 육안의 지향성 또한 건축적 존재 지속에 닿아 있다. 그의 그림은 철석이는 파도처럼 지속적으로 개체의 표면에 가서 닿는 무수한 시선의 집합이며 흔적이다. 전통적인 원근법적 재현의 방법론은 설명적인 세부묘사로 이어지기 마련이라 세잔의 태도에 부합되지 않는다. 그의 관점은 유체지각으로 드러나는 개체의 건축적 존재감에 맞추어져 있다.
2
흔들리는 빛, 곧 육안의 실감을 부르는 바람과 자연광으로 충만한 시공간을 가리킨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머물렀던 세계다. 그들은 자연의 산란광이 반짝이는 물가에서, 나뭇잎이 햇빛을 가리며 반짝거리는 숲 속에서 불안정한 대기의 이미지를 좇아 시시각각의 순간과 순간을 잇기라도 할 듯이 붓질했다. 그들의 역동적인 필획은 기운생동의 미학적 가치를 중시하는 수묵산수화의 그것과 닮았다. 서구미술사의 주류적 흐름이 다시 어두운 내면으로 들어가 개념적인 회화이미지로 이어졌다는 전제 아래 인상주의 이후를 산수화의 투명한 회화공간과 연결시킨다. 관건은 현장에서 맛보는 생생한 육안의 실감을 작업실의 실내작업으로 연장하여 어떻게 재생키는가에 있다.
3
관념의 여백, 3차원의 허공과 2차원의 평면 사이, 말하자면 2.5차원의 시공에 출렁거리는 이미지의 세계다.
허공은 투명하고 평면은 평평하다. 허공에 아무것도 없지만 감각할 수 있고 납작한 평면은 비어 있지만 무엇의 바탕이다. 허공은 투명한 공간의 깊이를 갖고 거울 같은 평면이 허공과 어울린다. 투명한 회화공간은 고정된 관념의 나머지로서 여백의 시공간을 상정하고 있다. 관념의 여백은 기억의 이미지를 품고, 자체로 기호 이미지가 되며, 글자를 담아낸다. 여기서는 필연적으로 필획의 단독성이 두드러진다. 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