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 광장에서 05

by 류장복

광장에서 05_sand powder, acrylic on linen_193.9x259.1cm_2025


081


25.8.7


년놈이 놀고 자빠졌다. 군사독재와 광주의 기억이 살에 박혀 여전히 꿈틀대는데 뚱딴지같은 내란 불발에 놀란 가슴을 아직도 쓸어내려야 하다니 부아가 치민다. 매일 듣는, 들을 수밖에 없는 뉴스의 한가운데 년놈이 있다. 매번 언짢고 또 겁난다. 내 일상은 여전히 내란의 파문 안에 있다. 시도 때도 없이 구시렁구시렁, 그림이 엉킬 때마다 년놈을 탓한다. 그런 내가 한심하고 억울하다...... 수십여 년이 지나 곡절 끝에 품에 돌아온 미완성작 '돌 던지는 사람'을 물끄러미 본다. 아이의 머리통만 한 시커먼 돌이 검은 아스팔트 위에 나뒹굴었고 화염병과 최루탄이 공중에 날아다녔던 시절을 지나서, 백만의 촛불이 손에 들려 바람에 흔들렸고 다시 그 손에 빛의 몽둥이가 들려 반짝인다. 청장년의 학생과 노동자가, 넥타이 부대가, 유모차를 끄는 주부들이, 여성 젊은이가 광장을 메운다...... 그때와 지금이 다르고 또 여전하다...... 밀실 없는 광장과 광장 없는 밀실 세상 어디에도 발을 붙일 수 없었던 주인공을 투신시킨 소설가의 마음을 헤아린다...... 말마따나 날 때부터 보수와 진보의 성향이 주어지나?...... 진보는 미래에 한 발을 내딛고 있어 현실을 바꿔야 할 불완전한 대상으로 본다. 그렇기에 만족스럽지 않은 현실에 천착하여 궁리해야 한다. 안 그러면 이상주의의 탁상공론에 빠지기 쉽다...... 보수는 현실을 거부하지 않는다. 뭔가 부족하더라도 깨부숴버릴 정도는 아니고 점진적으로 개선하면 된다. 체감되는 실질적인 변화에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고이면 썩기 때문이다...... 가치를 좇는 진보는 현실에 발을 붙여야 하고 이익을 좇는 보수는 가까운 미래에 눈을 두어야 한다...... 그림에서도 현실에 참여하여 현실의 변화에 그림 또는 그림의 행위가 기여해야 한다는 태도가 삽화적 기능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미술이 문학의 시녀가 아니라며 세상의 이야기를 싹 걷어내고 미술의 본질적 가치에 복무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현실참여와 순수지향을 태생적인 진보와 보수의 기질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본다...... 러시아 구성주의가 당대의 현실에 천착하여 어떻게 발현되었는지 다시 들여다본다. 미국의 추상표현주의가 보수적 가치에 대한 전복적 수준의 저항이었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팬데믹 직전 러시아 미술관에서 보았던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대형작품들이 하나같이 보여주었던 매너리즘의 뻣뻣함을 기억한다...... 현실참여와 순수지향의 작품 성향이 타고난 기질과 무관치 않다고 하거니와 하나를 버리고 다른 하나를 취할 수 있는 그런 것도 아니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그것과 그것의 나머지로 드러나거나 감춰지는 것처럼 하나가 앞면이면 다른 하나는 뒷면이기 마련이다. '실제'는 이편과 저편 사이의 거대한 출렁임이다. 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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