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장복 Dec 26. 2021

모과

_oil on linen_45.5x45.5cm_2018, 20, 21

모과_oil on linen_45.5x45.5cm_2018, 20, 21

''공감 2021'' / 2021.12.22 ~ 2022.1.20 / 신촌 아트레온 갤러리


여럿의 작가가 참여한 '공감' 소품전에 내놓은 두장의 그림 중 하나입니다.


저렇게 못생긴 열매가 있다니. 느닷없이 나뭇가지에 큼지막하게 매달려 있는 열매가 울퉁불퉁하고 상처도 많다. 열매는 모름지기 섹시한 볼륨을 자랑해야 하지 않나. 그래야 번식할 것 아닌가.


좀 더 가까이 가면 짙은 향기에 어리둥절해진다. 체취는 성품이고 향기는 인품이라고 한다. 풍파를 견뎌낸 고매한 품격이 진한 향기를 뿜어 낸다. 외관만으로 섣불리 판단할 게 아니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덥석 베어 물면 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달달한 맛이라고는 입안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걍 시고 떫을 뿐,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배신이라도 당한 듯 허탈하다.


그런 심정을 헤아려 주는 걸까. 모과는 몸에 좋다. 그 효능이 뛰어나 오래전부터 약재로 써왔다. 모과의 신맛과 떫은맛은 간과 신장의 기능을 돕고 근육이완과 통증완화, 설사와 구토를 멎게 해 준다.


모과의 자태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인생사가 엿보인다면.. 과장인가. 2018.11.17 륮

작가의 이전글 아버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