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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장복 May 11. 2021

소년 아버지가 엿보였다.

어버이날을 맞아 아버지를 뵈었다. 퇴원 후 크게 줄어든 몸무게 탓이겠지만 샤프한 윤곽과 맑은 표정에 전과 다른 온화함이 감돌았다. 생의 또 한마디가 시작되는 출발선에서 낯선 고요함에 잠겨있는 듯이 보였다.

옥탑 작업실의 문을 열고 그림을 뒤적였다. 좌우대칭의 엄밀함에 동적 부드러움을 더한 미학적 윤기가 시선을 붙들고 반들거렸다. 촘촘하게 주름졌던 이미지는 평평하게 얇아졌고 더 투명해졌다. 주춤, 멀뚱, 갸우뚱, 흘끗, 둥둥, 졸졸, 송송 등등의 의성, 의태어를 동반하는 그림의 숨소리에 예의 풍요로움이 여전했다.

뚱딴지같은 비약일지 몰라도 위협적인 소수가 도태하고 유약한 다수가 평화로운 연대와 균형으로 살아남는 진화의 여정이 고스란히 그림의 여정 속에서 반복되는 듯했다. 단순하고, 부드럽고, 투명하게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지향성 안에 소년 아버지가 엿보였다. 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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