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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이 핀다.
그날 그 작은 방에 있었다.
by
류장복
May 21. 2021
꽃들이 핀다 on all borders, ink and acrylic on linen, 90.9x145.4cm, 2021
KOTE STORY 01
그날 그 작은 방에 있었다. 홀을 이리저리 돌아들면 끄트머리에 모서리 방이 있었다. 고만한 방에 널찍한 타원형의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그 위에 소담하게 꽃을 피운 화분도 있었다.
거기 그것들과 함께 중정 마당의 복판을 뚫고 솟아오른 오동나무의 머리칼을 창 너머로 바라보았다. 온 사방에 가득한 흰 빛을 호흡했다. 안과 밖을 가르고 높이 솟은 담장 위에 걸터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그때 고양이를 보았다.
그날 오백 년 묵은 그 오동나무 아래에서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며 무릎을 친 시인의 탄성을 들었다. 시원하게 알알한 맥주 한 모금이 목구멍을 타고내리고 시인의 깨달음이 먹물 풀리듯 선선한 저녁 공기를 물들이는 순간 나와 고양이와 시인은 한 몸이었다.
시인의 말마따나 '만날 편가르기나 하고 보초나 서면서 온 세상 꽃들이 다 시들어가도록 전전긍긍 호시탐탐 늙어갈 순 없다.' '눈물이 메말라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지 못하는 날 나와 세계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리라'는 그의 경고가 귓전을 맴돌았다. 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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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화가입니다. 글도 그림의 연장선에서 쓰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이 본래 한 몸이라더니 동전의 앞뒷면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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