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 | 어릴 적 이야기 9
세 놈이 담벼락 앞에 있다.
셋_oil on linen_90.9x72.7cm_2022
세 놈이 담벼락 앞에 있다. 보아하니 부추기는 놈, 당당한 놈, 떠는 놈 셋이다.
첫째 아이는 힘이 있다. 어릴 적 동네 골목에 늘 보이는 한두 살 많은 형이다. 넘보지 못할 힘의 절대 우위에서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쌈 붙여놓고 구경하며 서열을 매긴다. 대중의 막강한 힘도 그리 작동하는 게 아닐까. 구경꾼의 마음.. 강자의 마음이다.
둘째 아이는 힘을 앞세운다. 얼핏 봐도 힘깨나 쓸 것 같은 놈이다. 키 크고 몸집이 우람하면 남들 눈에 이미 강자다. 그렇게 보이는 대로 존재할 것을 강요당하며 타자의 시선에 길들여진다. 거부하면 왕따 당하기 쉽다.
셋째 아이는 고민한다.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열리는 진공의 무풍지대에서 갈등한다. 직전의 고요다. 끝내 결행하지 못하거나, 결연한 의지로 감행하거나 다 나름대로 진정한 용기다. 2022.1.19 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