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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 어릴 적 이야기 9
세 놈이 담벼락 앞에 있다.
by
류장복
Jan 19. 2022
셋_oil on linen_90.9x72.7cm_2022
세 놈이 담벼락 앞에 있다. 보아하니 부추기는 놈, 당당한 놈, 떠는 놈 셋이다.
첫째 아이는 힘이 있다. 어릴 적 동네 골목에 늘 보이는
한두 살 많은 형이다.
넘보지 못할 힘의
절대 우위에서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쌈 붙여놓고 구경하며 서열을 매긴다. 대중의 막강한 힘도 그리 작동하는 게 아닐까. 구경꾼의 마음.. 강자의 마음이다.
둘째 아이는 힘을 앞세운다. 얼핏 봐도 힘깨나 쓸 것 같은 놈이다. 키 크고 몸집이 우람하면 남들 눈에 이미 강자다. 그렇게 보이는 대로 존재할 것을 강요당하며 타자의 시선에 길들여진다.
거부하면 왕따
당
하
기 쉽다.
셋째 아이는 고민한다.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열리는 진공의 무풍지대에서 갈등한다. 직전의 고요다. 끝내 결행하지 못하거나, 결연한 의지로 감행하거나
다 나름대로 진정한 용기다. 2022.1.19 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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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화가입니다. 글도 그림의 연장선에서 쓰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이 본래 한 몸이라더니 동전의 앞뒷면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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