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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리한 호구 Feb 20. 2023

관계라는 근육 키우기

오늘 간만에 병원이 빨리 끝나서 일찌감치 헬스장에 갔습니다. 그렇게 운동을 하다보니 의대다니며 해부학을 공부 했을 때 배운 것이 생각났습니다. 길항근이라는 것이었죠. 반대 작용을 하는 근육을 말했던 듯 합니다. 흔히 우리가 알통이라고 부르는 이두근은 팔 앞쪽에 붙어 팔을 굽히는 역할을 하고, 삼두근은 팔 뒤쪽에 붙어 팔을 펴는 역할을 하죠. 이렇게 반대 작용을 하는 근육을 길항근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흔히 팔을 굽힐 때 근육을 사용한다고는 생각하지만 팔을 펼 때 근육을 사용한다고는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근육에 힘을 주면 팔을 굽히고, 근육에 힘을 풀면 팔이 펴진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팔을 편다'은 그렇게 수동적인 동작이 아닙니다. 힘을 안 주어서 펴지는 것이 아니라 삼두근에 힘을 주어야 팔이 펴지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서로 반대 역할을 하는 길항근의 존재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 근육들을 보면서 우리가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것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관계를 맺을 때 한쪽이 목소리를 낼 때 잘 들어주고 무조건 적으로 수용해 주면 그 관계가 오래 갈 것이고, 건강한 관계라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그 두 사람사이에 별다른 다툼이 없으니 건강한 관계라고 생각하며 만족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있죠.



하지만 정말로 그런가요? 우리가 이두근만 계속해서 힘을 준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팔은 계속해서 굽혀져 있을 것이고, 너무 힘을 준 나머지 '경련'이 날 수도 있을 것이며 그 상태가 계속 지속된다면 영원히 팔을 펴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요. 영원히 까지는 아니더라도 도중에 팔을 펴려는 노력을 할 때 굉장히 힘들어 질겁니다. 이두근은 수축한 상태로 굳어있고, 삼두근은 약해졌을 테니 말이죠. 이두근의 스트레칭과 삼두근의 근력을 붙이는 일을 동시에 하려면 차라리 다시 태어나는 것이 빠르고 쉬울지도 모르겠네요.



관계도 그러합니다. 한쪽이 모든 일을 결정하고 한쪽의 목소리만 낸다면 그건 그냥 관계에 '경련이 난 상태'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 관계가 지속될 수록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통증만 일으키는 상태가 될 수 있겠죠. 문제는 그것이 익숙해지면 그 상태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모르게 된다는 겁니다. 팔을 펴서 스트레침을 해서 굳은 근육을 풀기 보다는 아픔 없이 굳어 있기를 바랄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근육이 굳은 상태가 건강하지 않듯이 일방적인 관계또한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두근이 수축할 때 삼두가 힘을 빼주고, 삼두가 수축할 때 이두가 잠시 힘을 빼주는 조화로운 상태에 이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대화'일 겁니다. 서로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꼭 필요하죠. 덮어두고 받아들여주는 것만이 관계를 맺는 방법이 아니라는 겁니다. 만약 대화를 하려고 했는데 상대가 들은 척도 안하고 상처만 주나요? 그럼 포기하면 됩니다. 그건 내 길항근이 아닌겁니다. 이두근인 나의 길항근인 삼두근이 아니라 어디 저~기 붙어있는 나와 상관없는 십이지장 근육 인가보죠. 내가 상처만 받을 것 같은 관계를 지속하지 못한다고 나를 탓할 필요는 없어요. 내가 세상 모든 사람과 잘 지내야 한다는 의무는 없으니까요.



서로의 조화로운 운동으로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가는데 대화는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가 알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면 나중에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알아서 서로를 채워주는 이상적인 길항근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까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내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 관계를 망치는 것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마세요. 오히려 누군가와의 관계를 건강하게 맺고 싶다면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는 것 만큼이나 나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고 싶네요. 건강한 관계를 맺고 싶다면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내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이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겁니다. 그냥 참는것이 능사가 아니죠.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관계에서 필수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어가는 우리가 되길, 그리고 그 건강한 관계들 안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우리가 되면 참 좋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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