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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를 만나는 날

그림책 읽기

by 마당넓은


책을 계속 읽다가 보면 눈이

따끔거리고 활자가 번져서

읽어내기가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책을 덮어야 한다.

읽히지 않는 상태에 책을 보고 있으면

나중에 내가 무얼 읽었는지 조차도

가물가물 한다.


이럴 때 책을 일단 덮고서

나 스스로 찾아낸 눈을 정화시키는

나만의 방법,

그림책을 집어드는 것이다.

결국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이지만

느낌이 확 다르다.



활자만 가득했던 세계에서

쨍한 색감의 따뜻한 그림들이

미지의 세계에 데려다줄 것이다.

마음이 몽글몽글 해지는 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해주는 짧은

동화가 교훈까지 담겨 있다고

생각해 보라. 완전 럭키비키

한 날이 되는 거지.


아이의 시선으로 만나보는

그림책은 어린 시절 나를 만나게 해 준다.

이루지 못했던 그때의 꿈들을

꿈꾸었던 곳으로 데려다주기도 한다.


그림책 안에서 나는 주인공이 되어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다.

오늘은 나비가 되어

세상을 날아다니기도 하고

내일은 돌고래가 되어 바닷속을

유유히 헤엄치며 여행을 하기도 한다.


가족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나면 코끝이 찡해지면서

또 울컥할 때도 있었다.


가끔씩 만나는 판타지 그림책은

상상 속에서 한 참을 머물게

해주며 미지의 세계에 두둥실 떠다니며

인간 세계를 잊어버리곤 하지만

잠깐 떠나온 그 세계의

소중함도 만나는 시간.


시간의 소중함은 내가 그림책을

만나는 이유 중에 하나이고

어른의 책을

덮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쩌다가 어른들의 동화를 마주치면

그림책을 읽을 때와 또 다른 기쁨에

어쩔 줄 몰라 얼굴에 달이 뜬다.


눈이 따끔했었나, 활자의 번짐은

어디로 갔지

그렇게 시선만 돌렸을 뿐인데...

소중한 걸 잊어버렸던 걸 찾는다.


책 속에는 많은 세상이 있다.

오늘도 그 안에서 걸을 때가 난

제일 나 답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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