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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 Feb 26. 2024

10cm도 안되는 눈물자국

“아빠, 나도 언젠간 죽어?”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아버지에게 했던 질문이다. 거기에 무슨 답을 들었는지는 이제 기억나지 않지만 대답을 듣고 나서 한 시간을 내리 울었던 기억이 난다. 다정한 아버지의 품과 따뜻한 손길 속에서도 난 무척이나 외로웠다. 별로 기억나지 않는 어릴 적 기억들은 왜 다 저런 것들 뿐일까. 왜 난 항상 울면서 안방 문을 두드렸을까. 부모님과 함께 있으면 죽음도 찾아오지 않을 거라 믿었던 걸까. 부모님도 언젠가 죽게 된단 생각이 들고 나서야 난 혼자 울기 시작했다.


눈물 많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유조차 없는 눈물은 가슴에 남진 않았지만 내게 작은 눈물 자국을 남겼다. 그 자국은 깊고도 선명해서 내게 항상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어렸던 내 다짐과 함께 나를 노려보는 듯하다. ‘왜 넌 아직도 성공하지 못했냐고.’ 


그랬다. 어린 시절엔 울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언젠가 분명 성공해서, 책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내가 죽고 나서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아줄 거란 생각을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언젠가 나도 죽는다는 사실이 조금 덜 무서워졌다. 바보같이 꿈만 커서는. 그때는 너무 어려서 어떤 일을 해서 유명해지고 어떻게 성공하겠단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난 그저 울 뿐이었다. 그 눈물 자국이 지금도 내 손을 움직이게 하는 걸 보면 어린 나도 꽤나 영악했나 보다.


엄마가 말하기론 유치원에 다녔던 시절에 난 잘생기고 인기도 많았다고 하는데, 그렇게 잘난 녀석이 왜 그렇게 눈물은 흘리고 다녔을까. 잘생기지도 인기가 많지도 않아진 지금에 와서는 이제 남은 건 그 눈물 자국 밖에 없는데. 아직도 어두운 방 안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로 몸을 웅크리고 울던 어린 내 모습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이건 저주인 걸까, 아니면 어린 내가 보내는 응원인 걸까.


여전히 해야 할 일은 많고, 하루는 바쁘고, 일상은 흘러가며, 내 노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거울 속 눈물자국은 여전히 날 노려보는 듯하고 매섭게 나를 쏘아대곤 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네가 만족할만한 어른은 되지 못했다. 나를 즐겁게 하는 내 취미가, 내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많은 일들이, 내 성공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자꾸 날 괴롭게 한다. 어렸던 너는 다 커서 네가 이렇게 될 거란걸 몰랐겠지. 아니, 어쩌면 이런 어른으로 자라날 게 두려워서 매일 밤 베개를 적셨던 걸까.


오늘도 늦은 밤 거울에 비친 눈물자국을 바라보며 어린 너에게 사과를 한다. 이런 모습을 네가 보게 된다면 무슨 말을 할까. 네가 바라던 어른은 되지 못했더라도, 여전히 나는 널 기억하며 살고 있다. 언젠가 네가 바라던 어른이 됐으면 좋겠다. 그게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며 하루를 살고 있다. 그 눈물 자국엔 내 꿈 또한 담겨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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