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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 Feb 19. 2024

.이 이야기는 점에서부터 시작된다

모든 이야기는 점으로 끝이 난다. 사람의 인생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 조금 특이하게도, 내 이야기는 점에서부터 시작됐다. 

 

나는 날 때부터 죽음이 두려웠다. 이걸 읽는 사람들은 대부분 믿지 못하겠지만, 정말이다. 난 갓난아이 때부터 죽음이 두려웠다. 스물세 살이 된 지금에 와서도 분명하게 기억한다. 어쩌면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부터, 그 어두운 공허 속에서부터, 내가 점으로 세상에 나타났을 때부터 죽음을 두려워했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또한 내가 죽어도 세상은 돌아간다. 너무나 당연한 이 말이 어째서 내겐 당연해지지가 않는 걸까. 당장에 길을 건너다가 차에 치여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내겐 너무나 두려웠다. 그렇게 난 어린 시절부터 불안장애를 껴안고 살았다. 그건 조금 별나고, 이상한 일이었지만, 어쩔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 모든 문제가 나로부터 온다는 사실이 싫을 뿐이었다. 


 점에서부터 비롯된 생각은 점으로 끝나기 전까지 이어질 거란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어린 난 별이 되고자 

했다. 점으로 끝이 나더라도 세상 밖의 점이 되어 밤하늘에 남고 싶었다. 오직 그것만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날 길이라고 생각했기에, 나는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싶었다. 그렇게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힐수록 삶에 대한 집착은 확고해져 갔다. 내겐 왠지 모를 확신이 있었다. 언젠가 분명 난 성공할 거란 확신. 이 이야기는 그렇게 점에서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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