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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너머 Nov 26. 2024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호재

이것이 낭만!


예전에 한창 유행하던 책이 있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리고 엄마는 나에게 말했다. 

"아픈 거 피할 수 있으면 피하면서 살아가는게 좋지 뭐. 굳이?"

엄마의 그 말은 꽤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아 있었고 그 이후 잠깐 힘든 시기가 있더라도 

굳이 청춘 또는 젊음이란 말로 덮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자 생각하며. 

그리고 조금은 나이를 먹은 이 시점, 아프니까 청춘이다 는 아니지만 

청춘이기에 아플 수 있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게 된다. 

아직 많이 부딪혀 본 적이 없는, 그래서 좀 더 천진난만한 청춘은 높은 회복탄력성을 자랑한다. 

그래서 충분히 아파도, 괜찮은 것이 아닐까? 아직 눈 앞에 펼쳐진 길들이 수십갈래로 펼쳐져 있는데

한 가지 길이 막힌 것 쯤은 청춘의 싱싱한 활기에는 걱정 거리조차 되지 않을 수 있으니까. 

또 그렇기에 낭만을 최대치로 누릴 수 있는 행복도 가장 쉽게 그러잡을 수 있는 게 청춘이다. 

아직 멋 모르고 세상을 탐색할 그 때, 많은 것이 부족하고 부재하고 없겠지만 

딱 그 지점에서 낭만은 피어나게 마련이니까. 

그 낭만을 그득그득 담은 영화가 바로 여기 있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2013년에 개봉한 영화로 나도 어렴풋이 그들의 유명세를 기억할 수 있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그들의 얼굴을 보니까 더 확실해졌다.

하지만 나이를 좀 더 먹고 본 이 영화는 확실히 다르게 다가온 것 또한 확실했다. 

방황은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요소이고 영화 속에 나온 그들 또한 그 시기를 누구보다 격렬하게 겪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방향의 부재 속에서 청춘이기에 할 수 있는 또 다른 선택을 감행한다. 

한국 말고 한번 외국으로 나가보자,

땡전 한푼 없이 나가서 우리의 능력으로 돈을 벌고 마지막엔 영국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를 찍는 것으로 큰 방점을 찍기로. 결코 투명하지 않은 불확실성을 낭만 삼아 여행길로 떠난 그들을 보며 부럽다고 생각했다. 

무모함부터 같이 무모할 수 있는 벗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그들이. 



위에서 말한 것처럼, 청춘이니까 '못 먹어도 고' 정신은 아픈 걸 가능하게 했고 무감각하게 했다. 

물론 영화 초반의 불안정은 예상되는 것이었다. 

아무 것도 없이 가서 오로지 히치하이킹으로 도시를 왔다 갔다 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이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건 바로 그들의 '웃는 낯'. 

그들의 눈이 반달이 되지 않는 순간은 영화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함께 무모하면 그것 또한 낭만이다. 그 순간이든, 그 후든. 

영화 속에서 계속 찬란히 빛나는 낭만의 순간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마주치는 소중한 인연들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영화의 플롯 자체는 사실 단순하다. 매우 클리셰 스러운 영화의 홍보문구 딱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우당탕탕 네 청춘의 고군분투기> 같은..? 

하지만 그 고군분투 안에서의 그들의 성장과 또 새로이 맺게 되는 관계는

보는 우리들로 하여금 그 때를 기억하게 하고 아련하게 하며 다시 한번 나 자신을 어르게 되기도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청춘은 나이에 좌지우지 되는 무언가가 아니라 우리의 마음 어딘가에 심어져 있는 것이니까!

영화 초반 그들의 우왕좌왕 하는 모습과 마지막 다시 한번 우왕좌왕 하는 모습은 오버랩된다. 

하지만 마지막 그들의 우왕좌왕은 본인들이 직접 선택한 서투름이었단게 더 마음을 울렸다. 

또 다른 길을 위해 다시 한번 서툴러진 그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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