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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알프레드 히치콕

60년대 개봉 영화란 걸 잊으면 안됨!

by 글너머

오래간만에 보는 영화였다.

말하자면 영화 권태기라고(?) 그래야 할까. 그래서 영화를 마지막으로 본게 꽤 오래 됐고 뭔가 마음을 확- 끌만한 영화가 없어서 점점 더 미뤄왔다. 영화는 나한테 영감을 주는 큰 요소라고 생각해서 뭔가 얻어가는 것이 있어야 한단 의무감이 영화 보는 것에 제동을 걸었는지도 모르겠다.

계속 갖은 핑계를 대며 미루다 난 뜬금없이 '싸이코'라는 영화를 골랐다.

거장들의 거장인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 중에서도 그 유명한 '싸이코'라는 영화는 유명해서 더 부담없이

볼 수 있었던지도 모른다. 그 영화의 위대한 점은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도 그럴 것이 영화를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싸이코 라는 영화에 대해서 들어보지 않은 적이 없을테고, 나도 영화를 꽤 좋아하니까.

줄거리를 알고 보는 걸 극도로 지양하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 보면 보이는 것이 더 많아져

다른 층위에서 풍부한 관람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엔 동의한다.

그래서 사실 누가 범인이었는지에 관해서 이미 인지하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이야기의 플롯 자체는 꽤 단순한 것이었지만 일단 이 영화의 서스펜스는 역시나 엄지를 치켜세울만큼 생생했다.

특히 버나드 허먼의 스코어에서 느껴지는 뭔가 뒤틀리고 불편함은 고스란히 금방이라도 무언가 일어날 것만 같은 긴장감을 전달했고, 베라 마일즈가 연기한 라일라가 돈을 가지고 운전하는 장면에서 과도하게 들어가는 클로즈업이라던가, 샤워 하고 있는 여주인공 뒤로 서서히 다가오는 까만 그림자.

죽은 그녀의 눈에서부터 서서히 줌 아웃 되는 걸 보면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서의 장면도

하나 떠올랐다.

위에 말했다시피 플롯은 단순하지만 단순하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나에게 익숙해서일거다.

누군가 실종이 되고 실종이 된 사람, 그리고 범인을 찾는 과정과 반전. 많은 스릴러 영화들이 차용하는 플롯 전개 방식이고 그래서 누군가는 <싸이코>가 대단치 않은 영화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나도 처음엔 그랬으니까.

하지만, 이 영화가 60년대의 영화란 걸 잊어선 안된다.

고로, 이런 식의 영화는 아마 당시엔 매우 획기적이었을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몇번이고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장면이 상상됐다.

영화 공식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이 <싸이코>안에서의 서스펜스에 익숙했을 리 없고 얼마나 마음을 졸이며 봤을지-

영화에 훨씬 접근이 쉬운 지금, 나도 영화를 많이 봤음에도 불구하고 깜짝 깜짝 놀란적이 있었으니 그때의 관객들은 오죽했을까.

그리고 영화적 지식이 짧아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영화에 숨겨진 반전 또한(스포일러!) 당시로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때의 영화 scene에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가져온 효과는 상상 이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전까진 대중들이나 심지어 영화인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영화작법들을 썼고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가 거장이라고 부르는 영화감독들의 거장들 중 하나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지 않을까?

[새로움]이라는 건 항상 리스크를 동반하고, 그래서 새로운 길을 선택하고 개척해나가는 건 쉽지 않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꼭 새로운 길을 내가 한번 일구어나가야지 라는 명분이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와 상관없이 그는 알프레드 히치콕 이라는 장르를 만들었다.

컨텐츠의 아이디어를 매번 생각해나가며 새로움과 신선한 아이디어를 찾는 나에겐

영화를 보고 나니 새삼 그가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으면 피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당연한 반응이다.

한번도 겪어본 적이 없으니 어느 정도까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지 몰라 좀 더 나에게 익은 걸 골라

자기보호를 하는 것.

물론 알프레드 히치콕의 경우는 그의 새로움이 첫번째 시도에 잘 먹혔던, 운이 좋은 경우지만

종종 새로움은 무시당하거나 평가절하 당하기도 한다. 익숙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가치가 있다. 시간은 흐르고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인식도 변하니까.

박찬욱 감독은 싸이코라는 영화가 과대평가가 되었다고 했고 나도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바는 아니다.

단순한 플롯임에는 틀림없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이코>는 충분히 획기적이고 신선한 것이었으며 난 영화 장르의 지평을 넓혔다는 것에서 과대평가를 받아도 좋다는 여유쯤은 남겨둬도 되지 않을 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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