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의 언어로 존재를 부른 아이
아침 햇살이 막 교실 창을 넘어오던 시간, P가 유치원에 들어섰다. 나는 늘 그렇듯 환하게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그런데 P의 입에서는 뜻밖의 말이 흘러나왔다.
“원감선생님 안 계셔~ 원감선생님 안 계셔~”
나는 순간 멈칫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서 있는데, 왜 아이는 없다고 말할까? 반가움 대신 의아함이 앞섰다. 그러나 그 물음의 해답은 잠시 후 원무실에서 들을 수 있었다.
“어제 원감선생님 퇴근하고 난 뒤에 지안이가 몇 번 찾아왔었어요. 그때 제가 ‘원감선생님 안 계시다’고 말했거든요.”
순간 마음이 저릿했다. 아이의 “없다”라는 말은 단순한 사실 전달이 아니었다. 어제의 부재가 남긴 아쉬움이, 오늘의 만남 앞에서 언어로 흘러나온 것이었다. 보고 싶었던 마음을 “너무 보고 싶었어요”라고 직접 말하지 못하고, 대신 부재의 기억을 되풀이하며 표현한 것이다.
아이의 말은 어른의 언어와는 다른 결을 가진다. 우리는 흔히 ‘사실’만을 듣지만, 아이는 ‘감정’을 기억한다. 어른은 “없다”를 결핍의 말로 듣지만, 아이는 그것을 “있어 달라”는 간절한 요청으로 발화한다. 지안이가 부른 “안 계셔” 속에는 사실 ‘있어 줘서 고마워요, 어제는 못 봐서 보고 싶었어요’라는 숨겨진 마음이 들어 있었다.
그제야 나는 알았다. 아이는 존재의 부재를 기억하고, 그것을 다시 불러내어 오늘의 만남을 더 깊이 있게 만들어 간다는 것을.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아이는 관계를 배우고, 존재의 가치를 확인한다는 것을.
아이의 존엄은 이렇게 사소한 말의 결 속에서 빛난다.
나는 다시는 “없다”라는 말에만 머물러 있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 속에 담긴 ‘있어 달라’는 마음을 읽어내는 것이 교사의 몫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