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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게임 최종회

지오디(GOD)말고 디오지

by 유쾌한 철옥쌤


내 명의의 PCS폰이라 요금도 내가 납부했었다. 나랑 소식을 주고 받기위해 개설한 폰이라 늘 기본요금만 발생했다. 어느 시점부터 기본요금의 3배의 요금을 웃도는 금액의 사용통지서를 받게 되었다. 통화나 문자는 한 달에 1~2번이 다인데 연락의 양보다 요금이 많이 청구되기 시작했다.

난 처음으로 018 통신 서비스센터를 방문하여 통화내역열람을 청구했고 주로 통화횟수가 잦은 전화번호 5개를 뽑아낼 수 있었다. 주로 통화한 시간은 밤 11시~2시 사이였다. 5개 전화번호 모두 전화를 해 보았다. 모두 여자들이었다. ‘김지성씨 아시죠?’하고 내가 묻자 모두 모른다고 하였고 잘못 전화 건 것 같다고 했다. 문득 몇 번 내가 입금했던 계좌번호의 이름 ‘H’가 떠올랐다. 조금은 특이한 이름이라 기억하고 있었다.다음날 다시 전화해서 ‘H씨 아시죠?’라고 물으니 모두 그렇다고 했다. 3~4명이 그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라고 했다. 한 명은 여대생인데 나처럼 플라토닉 사랑으로 유지되는 관계, 다른 한 명은 새마을호 기차에서 그가 옆에 앉았고 그가 초등학교 어디 나왔냐고 물으면서 같은 동문으로 반갑게 대화를 지속하며 결혼을 약속하는 사이로 깊어졌다고 했다. 세 번째 여자는 나이트클럽에서 그를 만났고 그 후 계속 그가 가까워지려고 한다는 것.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여자와는 제대로 통화가 안되어 그냥 패쓰. 이야기를 나눠보지 않아도 어느 장소 누구를 만나든지 감미로운 밀어로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운명적 만남인 것처럼 착각 시켰을 것이다. 나에게 한 것처럼 말이다. 7~8년동안 특별한 사랑이고 진정한 사랑이라 믿어왔던 나는 하늘이 한 순간에 무너져내린 것 같기만 하다. 심리적으로 완전히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포식자의 심리이다. 대화나 행동에 극단적 불균형이 나타나는 것도 그의 특징이었다. 많이 보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을 수없이 하면서 만남은 너무 희소했기에. 또 연락을 갑자기 하지 않으면서 아주 갈구하게 해서 다시 연락을 받으면 만족도의 진폭을 높였다. 나열된 이 모든 방법이 ‘가스라이팅’이라고 실화탐사대 자문 전문가가 말했다. 요약하면 난 ‘사기꾼의 가스라이팅’을 오랜 기간 당한 것이다.

통화내역을 열람한 사실을 전혀 모르는 그는 평상시처럼 나에게 전화가 왔다. 난 죽어가는 소리로 그에게 전했다. “왜 그렇게 살아요? 어쩌면 이렇게 사람을 속일 수가 있는건지. 육체만 죽인다고 살인이 아니라 당신은 마음과 영혼을 죽인거나 마찬가지다. 내가 받은 충격으로 정상적으로 내가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등의 말을 했고 그는 “미안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하.... 주변에서는 말리지만 며칠 후 부산항에서 원양어선을 타려고 해. 나를 돌아보고 참회를 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구”라고 했다. 그 순간 나는 F가 아니라 T로 바뀌는 듯 “아 그래요? 승선하는 모습은 꼭 제가 보고 싶네요. 승선하는 일정 나오면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전화기는 택배로 보내주시구요”

요청하였다. 며칠 후 전화기가 택배로 도착했고 그에게서 전화가 와서 받았다.

“승선하는 곳이 부산항이 아니라 평택항으로 바뀌었어. 0월0일에 타기로 했어.”

이 새끼 입만 열면 모두 거짓말이다. 하....

이제는 여기서 끝이다. 끝! 오 마이 갓!GOD가 아니라 DOG이다 너는! 이 개새끼야!!!!!!!!!!!!

무기들아 잘 있거라를 되내이며 나는 내 생활에 충실하고자 했다. 한 두달 지났을 무렵 통화내역에서 추출한 번호중 통화가 제대로 안되었던 번호 소유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실제로 몇 달 후 지성이( 아니 H 다. 그 개새끼랑) 결혼을 앞둔 여자였다. 진짜 이름은 H인데 나한테 지성이라고 속였다. 그 개새끼가...결혼을 앞둔 그 여자 S는 나와 만나자고 하였다. S언니와 만났고 나의 이야기를 들은 그 S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며 그 개새끼를 철옥씨 앞에 무릎꿇고 용서를 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30분지나 그 개새끼가 왔다. 내가 물었다. “원양어선 타고 있을 줄 알았는데 왜 여기 있나요?”라고 하니 “저는 지성이가 아니에요. 지성이는 저랑 닮은 친구이고 저는 H입니다. ”라고 짖었다. 그러자 S 언니는 더 크게 짖었다.“야! 거짓말 더 이상 하지말고 무릎꿇어!!! 너 혼인빙자 간음죄로 고발하고 각서쓴대로 니 전세금 내가 압수할꺼얏!!!”

누가 나쁜개는 없다고 했던가?! 나쁜 개새끼만 있을 뿐이구나.

개새끼는 무릎을 꿇었다. 왜 내가 이런 막장드라마 주인공이 되어 있는건가...싶었다. 한동안 S언니와 연락을 하며 가깝게 지냈다. “철옥아 너는 내가 만난 사람들중에 가장 착한 사람이다. 두고봐. 네가 그 놈한테 준 돈도 내가 다 받아내고 말거야!”라고 말하며 의자매의 결연을 다지기도 했으니까. 임용시험이 다가오면서 나는 공부에 더 집중했고 최종합격해서 부산에서 경기도로 올라와게 되었다. 임용 후 S언니와 연락을 못한지도 거의 7~8개월이 다 되어 간 듯해서 전화를 해 봤다. 언니는 전화를 불안정스럽게 받은 거 같았다. 아기울음소리도 들리는 듯했고. 그 사이 결혼을 했다고 했다. 몇 분만에 전화를 끊었다. 그 때가 싸이월드가 현재의 인스타그램 같은 사이트라서 S언니 홈피를 찾아내었다. 대문사진에 아기랑 언니 그리고 남편이 함께 찍은 모습이 보였다. 더블클릭해서 사진을 확대해서 보니 나..나암펴언 얼굴이 H. 그 개새끼이다. 누군가의 아버지인 사람이라 개새끼라고 하기도 조심스럽다. 어찌보면 3자 대면했을 때 S언니는 임신중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아마도 또 다른 각서를 받으며 그렇게 결혼하고 아기까지 낳았나보다. 이제 그들의 인생이니 난 신경끊는다. 난 내 인생에 집중하고 다듬어 갈 수 밖에 없는 거다. 그런 개새끼가 20대 맑은 영혼을 처참히 물어뜯었지만 난 비틀거렸기는 했으나 쓰러지지는 않았다. 오랜 기간동안 그 디오지가 거짓말과 농락을 하며 삶 전체를 교란시켰지만 난 멈추지 않고 내가 살아나가야 할 길을 향해 걸어나갔다. 내가 3번이나 몰아보기 했던 이태원 클라쓰의 주인공 대사처럼 말이다.

“어떠한 부당함도 누군가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제 삶의 주체가 저인게 당연한 소신에 댓가가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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