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다善人多'-선한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퇴계 선생이 꿈꾸던 세상은 이렇습니다. 도산서원 해설사의 설명을 들어보세요.
"신발을 벗고 올라와서 마루에 앉으세요. 지금까지 아래 마당에서 여기까지 계속 오르막을 오르시기만 했는데 여기 올라오면 내려볼 수 있습니다. 이곳 '전교당'에 앉아 마당을 내려보고 좌측 '박약재'를 보시고 우측 '홍의재'를 보세요. 이 두 곳은 지금의 학교 기숙사입니다. '박약재'는 상급생이 기거하며 공부했고 '홍의재'는 하급생이 생활하며 공부했습니다."
"이곳 '전교당'은 지금의 학교 교실입니다. 유생들이 앉아 아마 원장님의 강의 등을 들었을 겁니다. 선생께서는 저기 아래쪽에 있는 도산서당에서 제자들을 가르쳤지요. 그래서 도산서당을 생전 공간이라고 합니다. 이곳 도산서원은 퇴계 사후 공간입니다. 선생의 학덕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제자와 후학, 지역 유림 등이 공론을 모아서 지었습니다."
"퇴계 선생은 여기서 어떤 학문을 가르쳤을까요? 잘 아시다시피 '성리학'입니다. '주자학'이라고도 하지요. 성리학은 한자 글자 그대로 인간 본성의 이치를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성性은 본성을 뜻하지요. 마음 심자에 날 생자, 성性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본성은 바로 사람의 마음을 말합니다. 결국 성리학은 사람의 마음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 마음은 또 무엇일까요? 당시 유학자들은 마음은 리理와 기氣로 구성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리'는 또 무엇일까요? 여러분께서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사단, 아시죠?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이 바로 '리'입니다. 그럼 또 '기氣'는 무엇일까요? 희, 노, 애, 락, 애, 오, 욕. 이 일곱 가지입니다. 바로 칠정七情을 말합니다."
"여러분이 어렴풋이 배웠던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도 기억하시죠? 그리고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이란 말도 들어봤을 것입니다. 들어도 모르고 알아도 모르는 알쏭달쏭한 단어들입니다."
"당파 싸움이 한창일 때 경기도, 전라도, 강원도 등 노론 쪽 서인들은 '이기일원론', 즉 '리'와 '기'가 하나이다. 인간의 마음은 '리', '기'가 하나로 어울려서 표현된다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퇴계 선생을 비롯해 경상도 중심의 소론 남인들은 '이기이원론'을 주창했습니다. '리'와 '기'는 따로 작동한다. '리'가 중심이 되어 '기'를 다스려 마음으로 표현된다라고 했습니다."
"이해되세요. '이기일원론'과 '이기이원론'에 대해서 알 것 같습니까? 한 번 설명 들어서 알 수 없습니다. 여러 번 들어도 알기 힘듭니다. 철학이란 게 그렇습니다. 마치 구름 잡는 이야기 같지요. '이기일원론', '이기이원론'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도 더 자세히 설명할 자신이 없고요."
"그럼 당시 유학자들은 왜 '이기일원론'과 '이기이원론' 등을 주장하며 서로 싸웠을까요? 한 마디로 자기의 학설과 학파를 통해 백성들을 올바르게 가르치고 싶어서입니다. 하지만 백성들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정치인의 획일적인 논리로 변모되면서 조선 500년 동안 서로 싸웠던 것입니다. 지금도 정치인들은 서로 피 터지게 싸웁니다.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요. 글쎄요? 과연 그럴까요? 자기 이익을 위해 싸우는 건 아닌지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자, 그럼 퇴계 선생은 이 어려운 '이기이원론'으로 백성들이 살아가기를 원했을까요? 아닙니다. 사단칠정론은 유학자들 사이, 정치인들 사이 논쟁이라고 보면 됩니다. 퇴계는 백성들에게 어려운 사단칠정이 아닌 한 가지 이념을 제시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경敬'입니다. 공경 敬자 아시죠? 퇴계는 경을 강조했습니다. 공자가 강조한 한 마디는 '인仁'입니다. 부처가 강조한 것은 '자비慈悲'이고요, 예수는 '사랑'을 말했습니다. 퇴계는 '경敬'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공자의 인, 부처의 자비, 예수의 사랑과 퇴계의 경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습니다. 바로 백성들이 이것을 실천하면 사회가 바르게 되고 세상이 평온해지며 평화가 와서 전쟁이 없어진다고 한 겁니다."
"그럼 '경'을 어떻게 실천할까요? 먼저 '경'은 자신부터 공경해야 합니다. 자신을 공경한다는 것은 자기 수양을 말합니다. 공부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학생들이면 당연히 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고 어른들은 생업을 잇는 곳에서 바른 자세와 마음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집에서는 아내와 자녀, 사회에서는 이웃이나 주변 모든 이들에 대한 '경'입니다. 글자 그대로 상대방을 공손히 대하고 공경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의나 질서 등을 지키고 이웃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 모두가 '경'에 해당합니다. 나 자신과 이웃을 위해 '경'을 실천하면 세상이 평화로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퇴계 선생은 '경' 실천을 통해 선한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을 희망했습니다. 바로 '善人多' 가 바로 그것입니다. 한자로 착할 善, 사람 人, 많을 多 입니다. 퇴계 선생은 '이기이원론', '사단칠정론' 등으로 백성을 가르치기보다 선한 사람이 많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敬'을 강조하시고 실천을 원하셨습니다."
"오늘 도산서원을 찾으신 여러분들도 퇴계 선생의 바람대로 '경'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선한 사람이 많은 나라, '선인다善人多' 세상을 만드는 것이 퇴계 선생을 이해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