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 3일이면 어때요, 같이 할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일 년에 한두 권을 읽기도 힘들다. 그런데도 매일, 매달, 매년 책은 출판된다. 대형 서점에 가득 찬 책을 보면 기가 질릴 정도이다. '책 읽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가?'하는 생각이 든다.
서점에만 책이 많은 게 아니다. 집집마다 책이 많다. 아이들 그림책과 동화책부터 초중고생들의 공부 서적, 대학생 전공 서적, 일반인 취미, 교양, 자기 계발 서적 등등 아마도 수십 권은 훨씬 넘고 수백 권, 수천 권에 이르는 가정도 많을 것이다. 필자도 문득 책장을 쳐다보고 숫자를 헤아려봤다. 대충 잡아도 900여 권은 될 듯하다. 여기에는 내 것과 아내, 아이들 책이 섞여 있다. 작은 방 벽면에 층층이 쌓여 있는 책 가운데 내가 끝까지, 아니 반 이상 읽은 책은 얼마나 될까를 문득 생각해본다.
내 책장의 반 이상 읽은 책이 30%라도 되겠나 싶었다. 나이가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책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에 있는 책을 먼저 보는 게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나 죄책감마저 든다. 이른바 '냉장고 파먹기가 아닌 내 책장 파먹기'를 지금부터 하자는 결심을 해본다. 작심 3일이 될지라도 시작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책장을 휘 둘러보다 가장 먼저 눈에 띈 책이 <왜 고전을 읽는가>이다. '이탈로 칼비노'의 책이다. 그는 서두에서 다시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적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마음에 와닿는 이유 한 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소중한 경험을 선사하고, 무언가를 발견하고, 과거의 흔적을 우리 눈앞으로 다시 끌어오고...' 등등의 이유다.
그는 더구나 '유명 저작을 아직 읽지 않았음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의 궁색한 위선을 드러낸다'라고 적었다. 실은 나도 대학교에서 이런 경험한 적이 있다.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한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친구들은 대부분 읽은 듯하고 또 내용도 줄줄이 말하는데 난 제목과 저자만 알뿐이었다. 이야기에 끼지 못한 채 가슴앓이를 한 기억이 있다. 이 문구를 보는 순간 그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나이가 든 지금도 내 독서 수준은 그때와 다름없다고 생각하면서 책장 털기에 나서본다. 책 앞부분을 보니 좀 읽은 것 같은데 뒤로 갈수록 손도 대지 않았다. 이탈리아 태생인 저자는 '오디세이아'. '스탕달', '발자크', '찰스 디킨스', '마크 트웨인' 등 유명 작가들의 유명한 책을 중심으로 책 내용과 자신의 견해를 수필 형식으로 썼다.
저자인 '이탈로 칼비노'에 대해서는 잘 몰라도 내용 속에 등장하는 작가들의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지만 그들의 책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칼비노 저자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자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책도 알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읽어보려고 한다.
사실 '내 책장 파먹기'는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나만의 실천 아이템이었다. 먼지가 가득한 책장을 보면서 버리자니 아깝고, 그렇다고 두자니 너무 많고, 책만 갖고 있지 아는 건 없다는 죄책감에서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할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하면서 '내 책장 파먹기를 해야지, 해야지'하기만 했지 지금까지 실천하지 못했다.
혼자만의 결심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결심을 알리면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싶었다. '냉장고 파먹기가 아닌 내 책장 파먹기'를 결심하면서 쓰는 나의 단상, 혹시 비슷한 생각이 있으신 독자분들은 더 늦기 전에 동참해보시면 어떨지. 서로 격려하면서 '으쌰, 으쌰'했으면 하는 바람을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