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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강물처럼 Apr 30. 2023

'현모양처' - 구시대의 유물 ?!?!?!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농경사회에서는 농기구를 잡고 땅을 다룰 수 있는 근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습니다. 법 보다는 주먹이 가까웠던 시대에는 가족과 부족을 지킬 남자는 군대이자 경찰이었습니다. 그러하므로, 그 시대의 남아선호사상은 당연한 진리를 넘어 종교에 가까웠습니다. 딸 부잣집에서는 다음에는 제발 아들이 태어나주기를 바라며 딸 아이의 이름짓기에 폭력(?)을 행사하기까지 했습니다. 김후불, 이후남, 박끝년, 정말년, 강종말.


재주와 재능이 있어도 여자로 태어나면 중국 청나라 여성들이 당하던 전족처럼 그 재능을 꽁꽁 싸매어 드러내서는 안되었습니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하는 시대이니까요. 영국의 대문호 쉐익스피어는 <햄릿> 에서 햄릿 왕자에게 "Fraility, thy name is woman.(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니라)"이라 말하도록 시켰습니다. 그렇게 말해도 되는 시대였고 그렇게 말해야 되는 시대였습니다. 영국과 프랑스간의 백년전쟁에서 조국 프랑스를 위기에서 구한 오를레앙의 처녀 Jeanne d'Arc(잔다르크)는 전쟁 말기인 1453년에 적국 영국군에 포로가 되어 종교재판에서 마녀로 낙인찍혀 화형에 처해졌습니다. 군대를 지휘해서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여성성을 가진 존재는 인간이 아니라 마녀 뿐이었기 때문이었을까요.


여성의 사회진출의 정도는 여성에게 투표권이 부여된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전국적인 선거에서 여성에게 투표권을 허용한 국가는 뉴질랜드였다고 합니다. 1893년이니까 지금부터 130년 전의 일입니다. 잔다르크 죽음 이후 440년만입니다. 세계대표 민주국가인 영국과 미국에서도 1920년대 들어서서야 비로소 여성 투표권이 보장되었습니다.


'housewife(집사람)'였던 여성들을 집 밖으로 불러낸 것은 산업혁명이었습니다. 여성들의 참정권 부여 시기도 산업혁명의 시기와 거의 맞물려 있습니다. 대량생산의 시대를 맞아 남자들만의 노동력으로는 감당이 안되었으니까 여성들에게 사회적 약자로서의 굴레를 벗기며 동참을 요구했습니다. 여성의 힘은 남성보다는 약하지만 기계 조작 정도는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의 요구라기보다는 혁명과 계몽의 시대를 지나면서 여성의 사회진출의 과실이 무르익었기 때문입니다.


인류 역사 길이에 비하면 여성들의 사회진출사의 길이는 짧디짧지만 그 활약은 눈부실 지경입니다. 이제 여성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은 있어도 여성이 갖지 못할 직업은 없습니다. '여성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 이라는 생각마저도 곧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현모양처로 굳어진 이미지 때문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5만원권 화폐 도안 인물 선정 반대운동이 대표적이다. 2007년 10월 한국은행이 2009년부터 신규 발행되는 5만원권 화폐 인물 후보로 장영실과 함께 신사임당을 발표하자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일부 여성단체가 즉각 반발한 것이다.

 “새 화폐 인물로 여성의 선택이 유력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나 신사임당은 부계 혈통을 성공적으로 계승한 현모양처로 지지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시 여성단체는 현대 여성에게 긍정적인 역할모델이 되어 줄 수 있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여성상으로 선덕여왕, 소서노, 허난설헌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이번 화폐 인물 선정이 신사임당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대두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최종적으로 신사임당이 5만원권 화폐의 인물로 선정되면서 아들인 율곡 이이(5천원권) 더불어 세계 최초로 모자가 화폐의 주인공이 되는 기록을 갖게 되었다.

                                                            - 출처 : 허스토리 조선시대 뇌섹녀, 신사임당

여성의 눈부신 사회 진출에 비추어 볼 때 여성단체의 신사임당의 화폐인물 선정 반대는 언뜻 이해가 안됩니다. 반대의 이면에는 신사임당의 현모양처로서의 여성상이 현대여성들에게 여성은 '집사람'이어야 한다는 구시대적 요구에 다시 순응하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숨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는 당신의 인형 아내였어요.
친정에서 아버지의 인형 아기였던 것이나 마찬가지로요.
나는 당신이 데리고 노는 게 즐겁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놀면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요.
토르발, 그게 우리의 결혼이었어요.

    

위 대사는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리크 입센이 1879년에 발표한 <인형의 집>의 여주인공 노라의 항변입니다. 5만원권 지폐의 인물로 여성단체가 신사임당을 반대한 이유는 모천으로 회귀하는 연어처럼 또 다시 '인형의 집'으로 회귀하여 '집사람'으로 살지 않고 사회적 활동가로서의 여성상을 계속하여 유지 발전시키겠다는 긍정적 의지의 발현이라고 해석합니다. 현모양처가 되기를 거부하지 않으면서 아울러 사회적 활동을 하는 여성으로서 씩씩당당하게 살아가겠다는 한국의 여성들에게 찬사와 박수를 보냅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은 신사임당이 우리나라 최고가액 지폐 5만원권의 인물이 되었습니다만 5만원권을 볼 때마다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그 빛을 발휘하지 못한 시대의 어두움을 배경 삼고 있어서 신사임당의 재능의 빛이 더욱 환하게 빛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 될 일입니다. 안그렇습니까?


당당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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