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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선 Sep 05. 2023

너에게 주는 선물

어느날 엄마가 내게 주신 선물

나는 선물을 받으면 그 선물이 작든 크든, 값비싼 물건이든 저렴한 물건이든 기분이 참 좋다. 그 사람이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져 진심으로 감사히 받는다. 특히, 아무 날도 아닌데 그냥 주는 꽃 한 송이, 머리 끈 하나, 책 한 권, 사탕 한 개는 내가 사랑받는 사람이구나 싶어 행복해진다. 그리고 아이들이 그려주는 그림 한 장에 가슴이 몽글몽글해지곤 한다. 


 나는 선물을 받는 자세가 "딱" 되어 있는 사람이다. 간혹 자신의 옷이나 신발 등을 맞지 않다고 주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꼭 그 앞에서 입어보거나 곁에 없을 때는 사진을 찍어서 보내준다. 반찬을 챙겨주면 엄청 맛있게 먹었다고 꼭 말을 보탠다. 그래서인지 난 참 많은 선물을 받는 편이다. 주는 사람들 말씀이 너에게 자꾸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한다.  


 내가 받은 많은 선물은 대부분 나를 행복하게, 웃음 짓게 하는 선물이다. 그런데 얼마 전 가슴 아픈 선물을 받았다. 당신의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와 행복하기는 했지만, 마음 한 구석이 찌릿해진 선물이었다. 


 몇 개월 전 주말이었다. 엄마를 만나러 가는 주말. 이것저것 먹을거리 장을 봐서  두 시간 정도 운전해서 친정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노랑 봉고차에서 내리는 엄마를 모시고 들어와 저녁밥을 챙겨드렸다. 밥숟가락에 좋아하시는 반찬을 올려드리면 맛있게 드신다. 중간중간 국이나 물도 한 숟갈씩 드린다. 썩 좋아하지 않는 반찬이 올라오면 고개를 살래살래 흔드신다. 그러면 달래서 한 숟갈 드시게 한다. 당신 손으로 드실 수 있는데도 우리 엄마는 이렇게 먹여드리는 것을 더 좋아하신다. 어떠랴. 다섯 살 아이를 보듯 예쁘기만 한 우리 엄마인데. 함께 저녁을 드시는 아버지는 약간은 부러운 듯 바라보신다. 


 일요일 점심을 먹고 엄마 목욕을 시켜드렸다. 목욕을 시작하기까지는 힘든데, 막상 목욕할 때는 당신 손으로 뽀득뽀득 잘 씻으신다. 목욕을 하고 한잠 주무시고 난 엄마가 옷방으로 들어가시더니 나에게 물으신다. 

 "이거 가져가서 쓸래."

 하얀 팬티 기저귀다. 요즘 엄마가 매일 쓰시는 기저귀.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런데, 울 수는 없다.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 고마운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데 받는 내가 울 수는 없었다.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엄마, 그거는 엄마가 매일 쓰는 거라서 안 돼." 

 했더니

  "그래."

 하시면 다시 이 옷 저 옷을 들고 나에게 물으신다. 

  "그럼 이거 가져갈래."

 하신다. 

 "엄마, 좋아."

 했더니 보따리에 주섬주섬 싸 주신다. 나는 환하게 웃으며 잘 입겠다고 정말 고맙다고 했더니 우리 엄마. 정말 환하게 웃으신다.  너에게만 주는 선물, 나에게만 주신 선물, 옷 보따리를 선물을 받았지만 내게는 어머니 쓰시는 하얀 기저귀만이 단 하나의 선물이 되었다. 이제까지 받은 그 어느 선물을 받을 때보다 더 큰 리액션을 해 드렸다. 그렇게 엄마 앞에서 옷 보따리를 받고는 엄마가 안방으로 가신 사이에 다시 제자리에 옷을 풀어놓았다. 


 하얀 팬티 기저귀. 알뜰하신 울 엄마가 일반 팬티처럼 생각하셔서 가끔은 물빨래를 해 놓곤 하는 그 하얀 팬티 기저귀. 아마도 엄마는 당신에게 가장 쓸모 있는 그것을 아낌없이 나에게 주신 것이리라.  평생 엄마가 나에게 주신 선물보다 더 큰 선물을 받으며 나는 마음으로 울었다. 행복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울면서 웃기도 하고……. 아니,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선물이었다. 


 "선물"

지금의 나에게 엄마가 이렇게 우리 곁에 계신 것만으로 큰 선물이다. 엄마, 엄마 당신이 주신 모든 것은 제게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그리고, 오래오래 곁에 계셔 주세요. 당신의 곁에 있는 것이 가장 큰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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