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천흥 저수지에 간다.
운동을 하려고 종종 성거산을 올랐다. 성거산을 오르리가 힘들면 성거산 품에 안긴 저수지 주변을 걸었다. 함께 하고픈 사람들이 있으면 둑방길을 걸으며 꽃구경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비가 오면 빗소리가 듣고 싶어 천흥 저수지 어딘가에 차를 세우고는 뒷자리에 드러누워 뒹굴거리며 빗소리를 들었다. 빗소리는 때론 달달한 커피를 때론 쌉쌀한 커피를 주문했고, 난 커피를 마시며 다시 빗소리를 들었다. 어느새 잠에 빠져들기도 했다.
바람이 부는 날은 그 바람 소리를 들으러 또 천흥 저수지로 갔다. 바람은 차창을 때리는데, 나는 그 바람조차 달콤했다. 한번씩 트렁크 문을 열어 바람을 맞고는 다시 뒹굴거리기를 반복했다. 천흥 저수지의 바람은 내 삶의 노래였다.
눈이 내리는 날은 도저히 그냥 집으로 갈 수가 없어서 또 천흥 저수지로 갔다. 겨울 바람이 쌀쌀해도 트렁크 문을 열어두고는 한참이나 눈 내리는 풍경을 구경하곤 했다. 작은 난로 불빛이 너무 좋아 또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모닥불을 피우지 않아도 나만의 불멍 시간. 그렇게 눈 오는 날 저녁이 저물어간다.
그렇게 천흥 저수지 그 곳은 서서히 내 생활의 일부가 되어갔다. 차박을 좋아하지만 멀리 갈 수 없을 때 나의 차박지, 나의 힐링 공간이 되어주었다. 출근길에 잠깐 들러도 좋았고, 퇴근길에 이곳으로 발길을 돌려도 힘들지 않았고, 쉬는 날이면 그저 그대로 좋았다. 생수 한 병만 있어도, 컵라면 하나만 있어도, 커피 믹스 두어 개만 있어도 충분했다. 겨울이면 난롯불 켤 부탄가스만 넉넉하면 내 마음도 넉넉했다.
그러던 어느 초여름. 데크길을 따라 걷다가 사랑스런 아이를 만났다. 아마도 러시안블루일 게다. "냐옹~"하고 부르면 "냐옹~"하고 대답하는 아이,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던 아이, 내 다리에 기꺼이 부비부비 해주는 아이였다.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길고양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아이였다. 저수지 근처 빌라의 집냥이가 놀러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를 만난 그 날은 빈손이었다. 그래서 다음에 올 때는 꼭 캔을 들고오겠노라고 약속했다.
다음날, 캔을 들고 다시 저수지를 찾았다. 이 날도 아이는 나를 반겨주었다. 캔을 꺼내 따주었더니 참 맛있게도 먹는다. 이 아이를 만나면서 저수지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관심을 가지고 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고양이들이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너 번 정도 이 아이를 만난 후에 다시는 이 냥이를 볼 수 없었다. 집냥이여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외출하지 못하도록 집사의 관리를 받는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고양이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이 고양이에게 간택당해 새로운 집사가 되었을 수도 있다. 물론, 안 좋은 일이 생겼을 수도 있겠지만, 좋은 쪽으로 생각을 해 본다.
이 아이를 만난 그 날 이후 나는 우리 집 도도가 먹는 사료를 한 봉지씩 챙겨다녔고, 시간이 좀 흐른 후에는 아이들에게 적합한 사료를 주문해서 다녔다.(울집 고양이는 체중조절용 사료를 먹고 있어서 길고양이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듯 싶었다.) 얼마쯤 시간이 흐른 후에는 캔까지 주문해서 챙겨다녔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나는 매일 천흥 저수지에 간다. 천흥 저수지에 고양이들을 만나러 간다.
<천흥 저수지의 풍경>
<내가 처음으로 눈길을 준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