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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과 고양이

그들은 함께 살아갑니다.

by 김편선

이곳 천흥 저수지에는 낚시꾼들이 제법 많다. 한겨울을 제외하고는 항상 몇 곳 포인트에 자리를 잡고 있는 강태공들을 볼 수 있다.



그날도 차를 주차하고 주섬주섬 사료며, 그릇을 대신한 것들을 챙기고 있었다. 그러다 뒤를 돌아 저수지를 보니 두어 사람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턱시도냥이와 흰색털이 좀 많은 삼색냥이 두 마리가 풀밭 위에 숨은 듯 아닌 듯 자리를 잡고는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후 낚시꾼 한 분이 손맛을 보고 물고기를 들어 올리자 두 마리 냥이는 신이 났다. 흥분해서 왔다 갔다 하고 있다. 낚시꾼은 아이들을 흐뭇하게 쳐다보더니 '옛다'하며 던져주신다. 덩치가 좀 더 큰 턱시도 냥이가 물고기를 물고 뛰어가니 다른 한 녀석도 따라간다.




이 두 아이는 어쩜 커플일 것이다. 항상 둘이 함께 다닌다. 평상시 보면 노란 털이 섞인 냥이가 사람과 더 친근하다. 다 먼저 다가와 자리를 차지하고 사료를 먹고 있으면 턱시도냥이가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와 그 곁에서 함께 먹는다. 그러다가도 인기척이 나면 얼른 숨는다. 소심쟁이 턱시도. 나는 아직 두 아이의 성별을 잘 모르지만, 턱시도냥이가 수컷, 노란 털 섞인 흰색냥이가 암컷이 아닌가 짐작해 본다.




오늘 이 아들은 그야말로 득템을 했다. 사실 길고양이들의 건강에 물고기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고양이에게 물고기는 좋은 거 아닌가' 싶다가도, '민물고기는 사람들도 잘 안 먹는데' 하는 생각도 들곤 한다. 가끔 별식으로 먹는 거니까 그리 문제는 되지 않을게다.



천흥 저수지.

이곳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피고, 물 위에 멋진 그림을 그리는 오리들도 살고, 물속에는 많은 물고기들이 살고, 땅에는 길고양이들이 터줏대감이 되어 살고 있다.

그리고, 기꺼이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들을 만나러 오늘도 나는 천흥 저수지에 간다.

나도 그들과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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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함께 다니는 두 아이. 요즘 한동안 못 본 것 같네. 그래도 밥 먹으러 오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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