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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 한 봉지의 무게

결코 작지 않은 그 무게

by 김편선

나는 오늘도 사료 한 봉지를 들고 천흥저수지로 향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저수지 길가에 앉아 나를 바라보던 고양이의 눈빛, 조심스레 다가와 내 발치에서 작게 울던 그 울음소리가 마음에 닿았다. 몇 번 간식을 내밀다 보니 어느새 나는 사료 한 봉지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료 봉지의 무게는 손으로 느껴보면 가벼울지 모른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과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고양이들은 이제 내 발소리만 들어도 알아챈다. 어디선가 하나둘 나타나 주변을 맴돈다. 가까이 와서 작은 머리를 비비며 인사를 건네는 아이도 있고, 나뭇가지 뒤에 몸을 숨긴 채 조심스럽게 기다리는 아이도 있다. 사료 봉지를 열면 작은 바람결에 퍼지는 사료 냄새에 아이들이 눈을 반짝인다. 서로 밀치지 않게 조금씩 떨어뜨려 놓으면 제자리를 찾아가 소리 없이 사료를 씹는다. 먹는 모습은 언제나 마음을 묘하게 울린다. 작은 몸이 저렇게 열심히 살아내고 있구나, 생각하면 애틋함이 밀려온다.



하지만 사료 한 봉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건 아니다. 배고픔은 잠깐 덜어줄 수 있지만, 추운 날씨나 다가올 위험까지 막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거라면, 오늘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다면, 이 작은 봉지를 드는 일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 아이들이 배를 채우는 모습에서 나 역시 마음의 허기를 덜어낸다.



나에게 이 아이들과의 시간은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춤이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하루 중 저수지에 앉아 고양이들이 사료를 먹는 모습을 바라보면 마음이 잔잔해진다. 사료를 먹다 말고 나를 힐끗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때로는 식사를 마친 고양이가 옆에 와서 조용히 앉아 있는 순간,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평온함이 스며든다. 사람들은 내가 고양이들을 챙긴다고 생각하겠지만, 어쩌면 이 작은 생명들이 나를 위로해주고 있는 건 아닐까.



사료 한 봉지의 무게. 손으로 들면 가볍지만, 마음으로 느끼면 무겁다. 그 무게 속에는 아이들의 하루, 그리고 나의 작은 다짐이 담겨 있다. 오늘도 나는 이 봉지를 들고 천흥저수지를 찾는다. 서로 다른 이유로 이 길 위에 선 나와 고양이들이지만, 우리가 함께하는 이 순간만큼은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 따뜻한 한 끼, 그리고 그 곁에 머무는 마음. 그게 전부이자, 충분하다.



그래서 나는 내일도 천흥 저수지. 그곳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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