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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선 Oct 03. 2023

한때는 현모양처를 꿈꾸었으나...

지금의 나는 현모양처를 거부한다.

요즘의 난 ‘혼자 인듯 혼자 아닌 혼자 같은 나~~~’의 삶을 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혹은 풍성하게 식탁을 차려낼 수 있고,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땐 훌쩍 떠날 수 있고, 며칠씩 청소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침대에 앉아 부스럭거리며 과자를 먹어도, 머리를 손빗질하고 떨어진 머리카락을 둘둘 말아 베개 옆에 두어도 뭐 어떤가. 

 

이렇게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나. 결혼하기 전까지 나의 꿈이 현모양처인 줄 알았다. 적당한 나이가 되면 결혼해서 토끼 같은 아이들 두엇 낳겠지. 언젠가는 시집 한 권쯤 내리라는 마음을 품은 채 커피를 내리며 시 한 편쯤 읽고 있겠지. 저녁이면 나에게로, 따뜻한 우리 집으로 돌아올 가족들을 위해 된장찌개 보글보글 끓여 낼거야. 저녁밥을 먹고는 동네 한 바퀴 산책도 해야지. 주말이면 아이들 데리고 캠핑도 가고, 방학이면 한번씩 해외여행도 가줘야지.

 

목소리가 멋진 남자를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다. 연애할 때 난 혼자 지내는 그가 참 안쓰러웠다. 종종 도시락을 챙기기도 했다. 회식할 때면 남편 생각이 나서 꼭 포장해 가서 먹이곤 했다. 남편도 퇴근길에 군것질거리를 사 오기도 했고, 가끔은 내가 좋아하는 소국을 한 다발 들고 오기도 했다. 

 

신혼의 달달함이 일상의 덤덤한 맛으로 변해갈 때쯤 깨달았다. 난 결코 현모양처가 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노래 가사처럼 내 안에는 내가 너무 많았다. 그리고 게을렀다. 


연애 때는 자상함과 달달함이었던 남편의 전화도 귀찮게 느껴졌다. 집밥은 왜 그리도 좋아하는지. 술 한잔 못하는 나와의 술자리를 왜 그리도 즐겨하는지. 나는 읽고 있던 소설을 밤새워서라도 마저 읽고 싶은데,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아침은 커피 한 잔으로 때우고 싶은데, 남편 술 친구해주기보다는 내 친구 만나고 싶은데…….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무언의 압력이 싫었다. 뭔가를 할 때마다 나 스스로 눈치를 보면서 자체 검열을 하는 자신이 싫었다.


20대에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육아서적을 열심히 읽었던 나 자신의 뒤통수를 한 대 치고 싶었다. 그때 차라리 자기 계발서를 열심히 읽든지 아니면 자격증이나 하나 더 따둘걸. 현모양처는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서른이 넘어 깨달았다. 나는 결코 현모양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나를 너무 사랑한다. 대가족 속에서 자란 나의 성장 과정이 현모양처를 꿈꾸게 했을 뿐. 그래도 "여보야, 사랑해. 내 마음 알지?"

 

나는 오늘도 나로서 살아가려고 새벽 4시 30분에 책상 앞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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