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그녀는 술 못하는 술친구
by 김편선
담배 연기 자욱한 호프집이었던가
켜켜 묵은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는 편의점 파라솔 아래였던가
그는 평생 술친구를 해달라 했다
나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던가 그냥 빙그레 웃었던가
한 잔 술에도 붉은 꽃이 되는 난
그렇게 그의 술친구가 되었다
몇 년이 흘러 술 못 마시는 나에게 그는
자신이 그렇게 좋았냐며 놀리곤 했다
그 말에 난 한 잔 술도 안 마시고 붉은 꽃이 되었다
또 몇 년이 흘러 술친구는 무슨
술도 남편도 다용도실 한구석에 쓰윽 밀어두고 싶지만
그래도 여전히 난 당신의 술친구, 당신의 안해
남편과 데이트하던 시절을 떠올리면 쓴 시입니다.
남편은 술을 엄청 좋아했지요.
결혼할 때 집에 술 안 떨어지게 해달라는 것이 조건일 정도로.
술친구 해주느라 참 힘들었는데...
요즘은 술친구 해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