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하루를 벌고
결국은 오늘
응급실로 왔다.
여행중이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아이들 시험대비를 하고 올 수 있어서
그건 또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이렇게 생각하고보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한결같지 않아서
길어지는 기다림에 짜증이 난다.
아니, 사실 짜증도 한도가 넘으니 그저 무감해진다.
오후 6시쯤에 응급실로 와서
이런저런 검사를 하고
MIR까지 찍은게 8시쯤인데...
지금 시간이 11시 30분
나의 이 기다림은
이유있는 기다림인걸까?
아니면 시스템의 부족함 때문일까?
아님 그저 배려의 부족 탓일까?
드나드는 환자들,
분주한 의료진들,
그들의 행동이며 표정을 보며
난 그저 생각하는 정물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듯 있고 싶으나
난 그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저 생각하는 정물이 되어.
그래도
모처럼 남편을 만나
좋은 저녁이다.
모처럼 남편을 만나
아픈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