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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선 Dec 12. 2023

이리 만나니 즐겁지 아니한가

가족(친척)과의 만남도 이럴 수 있어요.

친척들과 만나면 주로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건강은 어때?

둘째는 결혼 안한다니?

지난 달에 손주 봤다며. 얼마나 예쁘니?

부모님은 건강하셔?

김서방 사업은 잘 되고?




주로 이런 이야기들 나누지 않을까싶다

때론 정치 이야기를 나누며 목소리 높이기도 하고,

혹은 어르신들의 라떼타령을 듣느라 "네네"하면서 속으로 한숨 쉬지도 하겠지.




물론 일상을 공유하지 않는 가족이나 친척과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게 서로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때로는 그 일상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때로는 다툼도 있고,

때로는 극적인 화해도 있는 것이 가족이 아닐까 싶다.




우리 형제자매도 늘 그랬다.

요즘은 주로 부모님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면서 늘 답답했다.

과거를 돌아보며 부모님에 대한 불만을 말하는것이 주가 되고,

지금 부모님을 돌보는 문제로 자잘하고 때로는 굵직굵직한 이야기들을 나누게 된다.

물론 필요한 이야기다.

그런데 늘 답답했다.




어제는 

모처럼 고모와 사촌동생 그리고 큰언니와 만났다.

시집 출간 후 책을 드리기 위해 만난 자리였다.

늘 밥 잘 사주는 멋진 동생 덕분에 좋은 곳에서 만났다. 




70대의 고모와

60대의 언니와

50대인 나와 사촌동생




우린 무슨 대화를 나누었을까?




어제의 대화는 참으로 달달하게도

요즘 읽고 있는 책 이야기, 

내 시를 읽은 동생의 느낌 이야기(미리 사서 읽었다고 한다.),

성경을 스무 번째 읽고 있다는 언니의 성경 이야기(언니는 카톨릭 신자이지만 나는 무교다) 

등이었다.

손주 이야기를 하면서도 

손주들의 자랑이 아니라 언니가 책을 읽으며 손주들에게 해 주고픈 이야기를 해 주었다.

고모께서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를 흐뭇하게 바라보셨다.




맛있는 밥상이 있고,

반갑고 소중한 사람들이 있고,

즐겁고 유익한 대화가 있는 저녁.




이리 만나니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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