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면서 겪을 일
by 김편선
라이트 불빛이 마주하는 좁다란 골목길
큰 소리와 작은 소리가 마주한다
진리인 듯 진실인 양 속삭이는 말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쑤석대는 말
그 말을 믿었으리라, 당신은
돌아와 생각하니
큰 소리 친 당신 마음 내내 불편했으리라
당신 옆자리 아내 마음은 내내 불안했으리라
고개 숙인 내 마음은 이리 편한데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 겉보기에는
그 속은 부글부글 들끓을지라도
목소리 작은 사람이 진다 겉보기에는
그 속은 시원한 바람 한 줄기 불어오리라
- 시집 <향기로운 일상의 초대> 중에서
작은 교습소를 운영하며 국어를 가르치는 나는
알바로 버스(25인승 통학, 통근 버스) 운행을 한다.
참 안 어울리는 조합인데, 난 운전일이 참 재미있다.
사실 내가 스스로 선택했다가보다
가까이 사는 언니와 형부가 사업을 하다보니
기사님들이 변고가 생기면 일 해 줄 사람이 필요해서
대형면허를 따고 종종 언니 일을 도와주고 있다.
이제는 나름 대형버스 운전도 베테랑인데
초보 시절
골목길에서 있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써 보았다.
내가 제대로 비켜주지 못하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아저씨.
처음에는 가만히 보고 있다가 당신의 남편이 너무 심하다 싶으니 옆에서 말리는 운전자의 아내분.
나는 계속 죄송하다고 머리숙이고.
돌아와 생각해보니 그 아저씨.
가는 내내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싶다.
"운전도 못하는게 왜 큰 차는 끌고 나와서~~~"
"아, ** 짜증나네."
"저런 사람도 운전시켜 주다니."
"아니, 당신은 거기서 왜 말리고 그래.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상상을 해봤다.
나는 정말 편했는데.